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2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은 21일 추경안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增員)'에 대해 중앙직 공무원 2875명을 추가로 채용하되, 소요 경비는 기존 본예산에 편성돼 있는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당초 정부는 중앙직 공무원 4500명을 증원하기 위한 채용·교육비로 80억원의 예산을 추경안에 반영했었다. 한국당은 끝까지 "공무원 증원은 가능하면 1000명선에 그쳐야 한다"며 이 안에 반대했지만 본회의를 여는 것에는 합의해줬다.

여야는 이날 심야까지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시점을 두고 진통을 거듭하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4당 원내대표 회담을 가진 뒤 토요일인 22일 오전 9시 30분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정세균(가운데)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지도부가 21일 밤 국회의장실에 모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정 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초 정부·여당은 "국민 안전 및 민생 관련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기 위해 80억원이 추경안에 반영됐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공무원 17만 4000명, 임기 첫해 1만2000명 확충'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정부가 증원하겠다는 공무원 1만2000명은 각각 중앙직 4500명과 지방직 7500명인데,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포함된 80억원 예산은 중앙직 4500명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경비다. 지방정부가 권한을 갖는 지방직 공무원 채용은 '80억원'과는 관련이 없었다.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지자체에서 증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부에 요청을 하면, 관련 예산을 지방교부세 등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야당은 이를 지적하면서 지방직 7500명 채용은 논의 테이블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했고, 여당도 이를 받아들였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지방직 7500명에 대한 채용은 추경과 관계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추경이 통과되면 지자체에서 7500명을 채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방정부가 자율성을 갖고 채용하는 것인데, 정부가 7500명을 채용하라 마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늘리려던 중앙직 공무원 4500명은 경찰관 1500명, 군부사관·군무원 1500명, 근로감독관·집배원·인천공항 제2터미널 등 1500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이를 경찰관 1104명, 군부사관 652명, 인천공항 제2터미널 인력 537명, 동절기 AI 관리·예방 인원 82명 등으로 축소하는 데 합의했다. 또 정부는 '정부 인력 효율화 및 재배치 중장기 운영 계획'을 오는 10월 20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간 회동 등을 잇달아 열며 증원 규모를 두고 간극을 좁혀갔다. 당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 문제에 있어 한국당과 함께 '야권 공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공무원 증원 규모를 축소한 협상안을 제시하자 '처리 협조'로 돌아섰다. 야 3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무원 증원 규모를 1000명대로 축소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민주당 측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개별 접촉했고 두 야당은 2875명 안을 받아들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더 늦추기 곤란하지 않나. 이견이 해소되면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야당의 요구대로 여당이 (증원) 인원을 줄이고, 계획서도 갖고 왔다. 우리 당은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3당이 추경안 처리에 합의하자, 한국당은 반발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정 의장이 나서서 23일 오후 원내대표들이 모여 공무원 증원 숫자를 얼마로 할지 협상을 하게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등이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처리하자고 재촉하자 한국당은 "우리 빼고 3당끼리 처리한다는 것은 완전 뒤통수"라며 맞섰다. 한국당 측은 증원 규모를 정해야 한다면 "900명으로 제한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오늘(21일) 예결위 합의까지 보고, 본회의는 24일에 열자"고 제안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태도를 보면 지연 전술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 밤늦게라도 본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그는 "내일이나 모레까지 넘어가면 추경 국면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이번 주에 가급적이면 끝을 보자는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포함한 3당만으로 추경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이날 저녁 본회의 개의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대기령'을 내렸고, 민주당 소속인 백재현 예결위원장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일본으로 출국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일부도 급거 귀국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1시쯤 국회의장이 여야 4당 원내대표를 모아 중재안을 마련하면서 22일 본회의를 열기로 막판 타결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당은 본회의를 여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추경안에는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3당이 합의한 공무원 증원 숫자에 대해서 저희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반대한다"며 "본회의에 불참할지, 참석해 반대표를 던질지는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