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침수차량 1300대…]

택배기사 박철환(52)씨는 20일 오전 11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입구에서 "7층으로 올라가겠다"고 고객에게 전화했다.

박씨는 택배 상자를 든 채 계단으로 걸어서 7층에 올라가 15층에 사는 고객과 '접선'했다. 박씨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내린 폭우로 아파트 변전실이 잠긴 이후 닷새째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박씨는 요즘 이곳으로 배달을 올 때마다 땀을 쏟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고객들은 미안한 마음에 중간 지점까지 내려가 물건을 건네받는다. 가정용 전기만 19일 저녁 임시로 복구됐다.

452세대 18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엔 물과 가스도 끊긴 상태다. 청주시와 일부 기관에서 공급하는 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15층 주민 이은숙(여·45)씨는 "물 한 박스를 가지고 계단 300여개를 올라야 한다. 마실 물조차 충분치 않아 샤워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7층에 사는 대학생 김민우(21)씨는 "몸이 불편한 동생을 통학시키는 어머니가 동생을 안고 7층을 오르내린다"면서 "휠체어는 아예 1층에 놔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 설치한 간이화장실 앞에서 만난 최영규(25)씨는 "10층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화장실 안이 덥고 냄새도 심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한편에선 청주시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연옥(여·45)씨는 "물·전기 다 끊기고 매일 전쟁터 피란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재민으로 분류도 안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청원구 우암동의 한 25층 아파트 주민 400명(181세대)도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가율(여·41)씨는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17층 집에서 걸어 내려왔다. 김씨는 "아이를 업고 계단을 올라가기가 힘들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저녁까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충북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20일 현재 사망 7명, 이재민 1892명, 재산 피해 295억원 등 피해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수인성 전염병 등 2차 피해 우려도 커져 충북도는 수해 지역 긴급 방역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