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와 의암봉을 비롯한 연이은 산줄기들이 미려하고 수려하다.

등선폭포 매표소를 지난다. 작은 출입문을 들어선다. 거대한 바위 협곡은 속세와는 전혀 다른 이상향을 연상케 한다. 한두 사람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다. 큰비가 쏟아지면 길은 그대로 무서운 물길로 변할 지형이다.
양 옆으로 깎아 세운 거대한 바위벽 사이로 걸음을 옮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항아리 속 같은 공간에 머무르던 어둠은 뒷모습을 들키고, 버들치는 발소리에 깨어 아침을 맞는다. 등선폭포는 제1폭에서 제2폭으로 이어진다. 제2폭포에서 바라보는 협곡의 풍경이 매우 독특하고 이색적이다. 적은 수량에도 불구하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흥국사 절 마당에 가득 핀 청정법신의 꽃들로 눈이 부시다.
협 곡으로 들어서 등선폭포 가는 미지의 세계에 아침햇살 내린다.
폭포 아래 앉으면 마음의 파랑은 잠잠해지고 모든 소리들이 지워진다.
엉겅퀴 붉은 꽃 성성한 가시에도 햇살과 벌들은 찔리지 않는다.
아침이 오기까지 등불 들고 초롱꽃 산그늘 아래 누굴 기다리고 있나.
시시각각 몰려오는 구름은 첩첩한 산의 바다를 다도해로 만든다.
빛과 색이 가득한 옥빛 소에 파문을 일으키는 저 동심원 어디서 왔나.
산과 강과 사람과 나무가 만나면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의미가 된다.
호반을 질주하며 물살을 가르는 경쾌한 풍경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글·사진/ 이종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