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은 노때 반부패협의회가 청렴도 높였다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노무현 정부에서 가동했던 반(反)부패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했다.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하라"는 것이다. 반부패협의회는 감사원, 국정원, 법무부,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의 장(長)이 참여하고 의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재가동 지시는 검찰·감사원이 전(前) 정권 사업을 파헤치고 국정원이 과거사를 재조사하고 공정위가 기업 군기를 잡는 와중에 나왔다. 이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으니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역대 대통령이 임기 초반, 늦어도 중반에는 이와 같은 이른바 '사정(司正) 드라이브'라는 것을 걸었다. 전 정권에 보복하면서 정국 주도권 확보와 국면 전환을 위한 것이었다. 상당수 용두사미가 되거나 거꾸로 부메랑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자원개발비리 수사가 박근혜 정부에 '성완종 리스트'로 되돌아온 게 대표적인 경우다. 새 정부는 다르려니 했는데 똑같이 하고 있다.

범죄에 대한 수사는 1년 365일 쉼 없이 계속돼야 한다. 국가가 수사·조사 기관들을 두고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대통령이 캠페인 하듯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전 정권에서 대통령이 그랬으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공안 정국 조성'이라고 반발했을 것이다.

아직 첫 회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국정원장도 반부패협의회 참석 대상이다. 지금 국정원은 조직을 국내 정치와 완전히 분리시킨다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국정원장을 그 회의에 앉혀 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13년 전과 시대가 달라졌다. 검찰이 청와대에 종속됐을 때 나타나는 폐해를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문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여러 번 검찰 독립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검찰총장을 참여시킨다면 검찰을 또 대통령의 충견으로 부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장 참여도 같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새 정부는 최저임금 대책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국세청장을 등장시켰다. 자신들에게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국세청장을 보고 기업인들은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말 부패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 대해 대통령과 정권이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이들 기관은 죽은 권력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부터 조사할 것이고 국가 기강은 그때부터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