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전 세계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무대이기도 하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은 올 시즌 그 난이도를 실감했다. 시즌 전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은 6월 말까지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의 뛰어난 활약, 트리플A에서의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황재균 스스로도 미국 무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더러, 40인 내에 있는 선수들이 우선적으로 기회가 가는 와중에 황재균의 기다림도 길어졌다.

25인 내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약간의 운을 등에 업은 황재균은 KBO 리그에서 MLB 무대로 직행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2016년 박병호(미네소타)와 김현수(볼티모어) 이후 황재균이 그 맥을 이었다. 그러나 황재균은 MLB 무대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힘든 과정을 겪은 황재균은 이상보다는 현실을 조언하고 있었다.

황재균은 9일(한국시간) 미 스포츠전문매체인 ‘팬랙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KBO 리그 출신 선수들의 MLB행에 대해 앞으로 그 빈도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황재균은 “어쩌면 당분간은 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면서 “한국에 있는 선수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은 미국에서의 야구 생활이 매우 힘들다는 것, 그리고 MLB 무대를 밟은 것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즐겁다”고 웃어보였다. 당장 MLB로 가지는 못했지만 트리플A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면 곧 MLB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도 열악한 마이너리그 생활이 쉽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처졌고, 경기 집중력도 떨어졌다. 4월 당시에는 “지금은 별로 즐겁지 않다”고 농담을 섞을 정도였다.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는 모두 MLB로 직행했지만 마이너리그를 거친 선수는 황재균이 유일하다. 그만큼 험난한 여정을 각오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읽힌다. 당분간은 KBO 리그에서 MLB에 갈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한 인터뷰로 풀이된다.

한편 ‘팬랙스포츠’는 황재균에 대해 “KBO 리그에서 경력을 시작한 선수 중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두 명의 야수 중 하나”라면서 “다른 선수는 볼티모어의 김현수다. 다만 올 시즌 49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 출루율 3할2리, 장타율 0.286에 1홈런에 머물고 있다”라면서 김현수 역시 고전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팬랙스포츠’는 가장 성공한 선수로 강정호를 뽑았다. ‘팬랙스포츠’는 “2015년 (KBO에서 MLB로 직행한) 첫 선수가 된 강정호는 지난 2년간 229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 출루율 3할5푼5리, 장타율 0.483, 36홈런을 기록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에서의 음주사건 때문에 비자를 받지 못해 올 시즌을 날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병호에 대해서는 다소 짠 평가였다. ‘팬랙스포츠’는 “지명타자이자 1루수인 박병호는 지난 시즌 미네소타의 라인업에서 시즌을 시작했으나 62경기에서 타율 1할9푼1리, 12홈런을 기록한 뒤 로체스터로 내려갔다. 그는 그 이후 계속 마이너리그에 있다”고 지적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