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이탈' 공무원노조 간부들 징계나서]

국내 최대 공무원 노조인 공노총(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5급 이상 공무원이 적용받는 성과연봉제를 폐지해달라는 의견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공노총은 "팀워크가 붕괴되고 행정서비스 질(質)이 저하된다"며 성과급제 폐지를 국정 과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업무 성과에 따른 차등을 두지 말고 연공서열(年功序列)에 따라 똑같이 월급 받는 호봉제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무원의 성과를 계량화하고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공무원 성과급제가 도입 18년이 지났는데도 겉돌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철밥통 공무원 조직에 자극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안 그래도 공직 사회가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제 될 결정은 미루고 책임질 일은 기피하는 풍조가 팽배해 영혼이 없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그런데 성과급마저 없애면 일하지 말고 연차(年次)만 채우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성과급제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통령 철학을 고려해 다른 평가방식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공기업·공공기관에 대해선 성과연봉제를 사실상 폐지키로 했다. '경쟁 원리'에 소극적인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공무원 분야로도 이어진다면 공직 사회의 비효율과 무기력증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공무원 성과급제를 더욱 강화하고 대상도 6급 아래로 더 확대해야 할 판에 폐지를 요구하다니 시대 역행도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