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ICBM·사드… 문대통령·시진핑 오늘 '껄끄러운 만남']

[시진핑, 북핵 앞에서는 작아지는 스트롱맨]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어제 출국하면서 "어느 때보다 심각한 안보 위기"라고 했다. 북은 그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고, 어제는 ICBM의 마지막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발사 당일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하는 듯하더니 어제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ICBM으로 규정했다. 이제 북핵과 미사일은 동북아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문제가 됐다.

지난달 3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압박과 대화 병행, 그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합의했다. 그 합의가 며칠 만에 의미가 없어졌다. 긴박한 상황에 맞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렇게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 맞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

중국은 북을 변화시킬 핵심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북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불러올 파급이 자국 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엔 대북 제재의 성의 있는 실행을 회피해왔다. 지난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진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북 제재를 약속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이행됐다는 증거가 없다. 북 정권은 핵·미사일이라는 공격용 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이것은 방치하면서 북 미사일 방어용인 사드 배치는 결사적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단둥은행에 대한 직접 제재에 나선 것은 중국을 못 믿겠다는 뜻이다. 중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 중국의 태도가 자신들에게조차 더 큰 위험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겐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다.

문·시진핑 회담은 이 절박한 상황에서 열린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사드에 대해 흐릿한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 미국에 가선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시진핑을 만나서는 다른 얘기를 하는 식으로 줄타기를 한다면, 어느 쪽으로부터도 대화 상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는 사실을 못 박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북이 도저히 못 견디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겠다고 할 때까지 쓸 수 있는 모든 압박을 가해줄 것을 중국에 촉구해야 한다. 원유 공급 중단, 북 노동자 입국 금지, 국경 무역 폐쇄 같은 실효적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해야 한다.

북은 앞으로도 ICBM 사거리를 늘리는 한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6차, 7차 핵실험을 통한 핵폭탄 위력 증강도 정해진 수순이다. 이런 상황이 중국에는 국경 불안 정도일지 모르지만 한국에는 국가 명운(命運)이 걸린 문제다. 문 대통령이 오늘 시 주석을 만나 얘기해야 할 것은 어중간한 대화론 같은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차원이 다른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놔야 한다. 중국이 위기 해결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지금까지는 선택지로 거론하지 않았던 대응책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고 담판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