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갑자기 갓 쓴 사람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게 뭐지? 우리나라 사람 아닌가!' 했습니다."

정운대 네오포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이봉창 의거를 삽화로 그린 1932년 1월 17일자 프랑스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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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프랑스 유학 중이던 정운대(63) 네오포닉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겸 음악감독은 파리 센 강변의 고서(古書) 노점상 일대를 산책하고 있었다. 옛 신문이 놓인 가판대를 훑어보다가 갓 쓰고 한복 입은 인물이 마차를 향해 폭탄을 던져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삽화를 발견했다. 마차의 깨진 유리창 사이로 겁에 질린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말을 탄 경비병 중 하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1932년 1월 17일 프랑스 주간지 '릴뤼스트레 뒤 프티 주르날(L'illustr

e

du Petit Journal)'의 표지였다. 삽화 아래 설명에는 '도쿄에서 일어난 습격'이라 적혀 있었다. 그해 1월 8일 도쿄 사쿠라다몬(櫻田門)에서 이봉창(1900~1932) 의사가 일왕 히로히토(裕仁)를 향해 폭탄을 던진 사건이었다. 거사는 실패했지만 일본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독립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정 감독은 "조선 청년이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왕을 향해 폭탄을 던진 일이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누가 먼저 사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이 자료를 구입했다. 귀국해서는 안방 벽에 붙여놓았더니 방문객들이 '저게 뭐냐'며 신기해했다. 그는 조선일보 지령 3만호 발행을 맞아 이 자료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조선일보 뉴스 박물관 '뉴지엄'에 기증했다. "어린 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선열들의 독립운동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