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한미 FTA 재협상? 합의 외의 이야기" ]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 대화 재개 지지' 합의를 끌어냄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 시도를 본격화할 태세다. 하지만 대화의 범위·속도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양측 조율이 필요한 데다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고도화를 추구하며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 변수다.

문 대통령은 2일 귀국 직후 인사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하나씩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면서 가겠다"며 "당당하고 실리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서는 "남북 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현지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북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가 되고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가 될 것"이라며 "입구부터 출구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서로 동시 이행을 해 나가야 하는 관계"라고 자신의 대북 대화 구상 일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 내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표현을 담았다. 그동안 미측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 대북 정책이 국제사회 제재 공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재개를 지지하면서 '의무 사항'도 넣었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기존 제재 이행 및 새로운 조치 시행'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올바른 여건 하에서(under the right circumstances)' 등이 명시됐다. 한국의 대화 재개 노력을 제지하지는 않겠지만 그와 별개로 대북 압박 강도는 계속 높여가겠다고 한 셈이다. 한·미는 북핵 관련 남북 대화를 양국이 협의하기 위한 한·미 간 '고위급 전략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발표문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는 'FTA'에 대한 언급 없이 "양국 간 '상호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한다"고만 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는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