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등학생 아이 둔 워킹맘, 18년차 신문기자. 서울 서촌(西村)의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저희 둘, 깜짝 놀랐습니다. 태어난 땅 다른 거 빼고 이렇게 닮은꼴 일수가요. 수다가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알았지요. 나만의 고민이라 생각했던 게 때론 국적 불문 공통 고민이라는 걸, 당연했던 일상도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달리 보인다는 걸.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 섹션 '프라이데이'에 저희의 솔직한 대화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소소한 얘기, 그러나 듣고 보면 내 얘기일지도요. 이번 주 도마에 오른 주제는 '금요일'입니다.

"한국에 '불금'이 있다면 일본엔 하나킨(花金)이 있다면서요? 화끈하게 '불타는' 한국 금요일, 화려하게 '꽃피는' 일본 금요일. 화끈한 한국 사람, 아기자기한 일본 사람다운 표현이네요."

"하하. 그런데 하나킨은 사실 오래된 말이에요. 1980~1990년대 버블 시대 흥청망청 즐길 때 나온 말이죠. 금요일 밤 긴자로, 시부야로 달려가 화려하게 즐기던 풍경을 가리켰지만, 지금 세대에겐 낯선 단어예요. 아, 전 시대 잘못 만나 하나킨의 단맛을 못 봤네요."

"대신 한국에서 불금 시대를 맞으셨네요(웃음). 한국 금요일, 어떤 것 같아요?"

 "절반 쉬는 날? 정치권부터 언론, 사회 전반으로요. 일본에선 금요일이 바쁜 날이에요. 화, 금요일에 내각회의가 있어요. 금요일에 정부가 바쁘니, 기자도 바쁘고, 쏟아지는 뉴스도 많고, 일반인들도 분주해요. 풀어질 틈이 없어요. 올 초 아베 정부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금요일 조기 퇴근제도를 권장했는데, 거의 효과가 없었어요. 참, 한국 워킹맘들 금요일은 어때요?"

"흠, '불금'은 딴 세상 얘기죠. 금요일밤은 애 봐주시는 친정 부모님, 이모님 해방 날. 그분들 '퇴근' 생각에 조마조마해선 집으로 전력 질주해요. '불타는 육아'가 시작되는 시간이죠. 그마저도 '칼퇴근' 가능한 직종 얘기랍니다. 시도때도 없이 회사에서 목봉체조 해야 하는 상시대기조 워킹맘들한텐 금요일 밤 '불타는 육아'도 힘들어요. 야근하며 금요일 밤 활활 태우다가 일주일치 기름 탈탈 털어내고 기진맥진해서 퇴근. 불타는 건 금요일이 아니라 가족, 동료 눈치보며 속타는 내 맘이죠."

"그런데 한국에선 '금요일=가족과 함께'라고 당연히 생각하잖아요. 신기해요. 확실히 일본보다는 가족 중심 사회예요. 일본 사람 귀엔 '가족과 함께'라는 수식은 묘한 의무감을 느끼게 해서 불편하게 들리거든요. 집 근처에 '용산가족공원'이 있어요. 처음에 이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족공원? 그렇다면 가족단위로만 가야 하는가? 싱글은 출입금지?' 누구나 갈 수 있는 공원이란 걸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지 보여주는 단면 같았어요.:

"하하, 그런 시각이! 일본 워킹맘에게 금요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엄마와 아이의 시간!"

"어, 아빠는요? 아빠들에게 금요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막차? 밤늦게까지 거나하게 취해 지하철 막차 타고 들어오는 날."

"뭐라고요? 막, 차? 일본 아빠들, 그렇게 용감한가요? '독박육아' 화 안 나요?

"글쎄요. 주말은 토요일부터니까. 일본의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도 안 돼! 미우나 고우나 내 마누라, 우리 새끼 하는 한국 아빠들이 측은해지려 하는, 이 심정은 뭘까요."

김미리 '프라이데이'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40대 워킹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