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가구 브랜드 에메코에서 콜라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의자.

몇 년 전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건축물 잔해와 폐목재 등을 이용해 가구를 만든다. 매끈하지는 않아도, 닳고 색 바랜 목재 조각의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놀랍고 부럽기도 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단순 재사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버려진 종이와 목재, 자투리 천, 가죽 등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재료들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킨다. 업사이클링 가구는 국내에선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재활용 물건인데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열린 마음으로 둘러본다면 심미성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코카콜라 플라스틱병 111개를 재활용해 만든 미국 브랜드 '에메코' 1인용 의자는 원재료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볍고 견고하다. 이탈리아 '리바 1920' 가구는 뉴질랜드 북섬 늪지대에 버려져 있던 목재 고유의 색감과 무늬를 살려 고급스럽다. 이탈리아 '라고'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과 공업용 펠트로 의자를 제작해 선보인다.

국내 젊은 디자이너들이 고심한 흔적이 담긴 업사이클링 가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는 자투리 천으로 가구를 만든다. 디자이너 3명이 모인 브랜드 '해턴'은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스툴 상판을 완성하고 톱밥을 소품에 활용한다.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 실험적 시도는 물론 디자인도 손색없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한때 유행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환경에 대한 책임 같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다. 쓸모없던 재료로 만든 의자가 집 안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 매력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