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새 대표에 이혜훈 의원]

바른정당은 26일 전당대회에서 3선의 이혜훈 의원을 대표로,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바른정당은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창당한 당이다. 낡은 보수가 아니라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구태 아니면 웰빙인 기존 보수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헌신, 책임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겠다고도 했다. 한때는 친박의 그림자가 뿌리 깊은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이 대표 말처럼 보수의 본진(本陣)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 기대 때문에 유승민 대선 후보는 단일화 요구 속에서도 완주할 수 있었고 예상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볼 때 바른정당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바른정당과 같은 제3의 길을 찾는 신생 정당은 당의 입장과 노선을 국민에게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솔선수범하고 헌신해야 한다. 대선 후 지금까지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20석에 불과한 작은 정당에서 벌써 계파 분열이 시작되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 전에 자유한국당에 흡수되거나 아니더라도 명맥을 잃을 가능성마저 있다. 이 경우 바른정당 하나의 명멸이 아니라 보수의 미래 자체에 대한 회의가 심각해질 것이다.

신임 이 대표는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천 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많은 사람이 바른정당의 화합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대선 때는 합치는 게 정당의 생리인데 바른정당은 대선 직전에 갈라질 정도로 결속력이 약하다. 리더십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예에서 보듯 이제 정치에서 의석수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절대적 변수는 아니다. 바른정당도 얼마든지 '마크롱의 기적'을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의 탈을 쓴 낡은 양 극단 사이에 정치적 공간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문제는 그럴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바른정당은 스스로 그런 싹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앞으로 몇 달에 이 대표와 신임 지도부, 바른정당 전체의 사활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