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차’로 불리는 보이차는 체지방을 줄여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통 의학서 ‘본초강목습유’는 “보이차가 몸의 해로운 기름기를 제거하고 소화, 숙취·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썼다.

튀김과 볶음 같은 기름진 요리를 즐겨 먹는 중국인이 살이 별로 안 찌는 이유는 차(茶)를 마시는 문화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일까.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발효차 중 하나인 '보이차'는 실제로 체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조건의 비만 성인 3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만 보이차 추출물 1g을 매일 먹게 했다. 12주가 지나자 보이차를 먹은 집단은 체지방 수치가 줄었고 내장지방은 8.7% 감소했다고 한다. 차를 마시면 체내 지방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연구도 있다. 평균 나이 62세인 그룹을 둘로 나눠 한 집단에만 보이차 추출물을 3개월 동안 먹이자 낮을수록 좋은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11.7% 감소했다. 중국 전통 의학서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는 "보이차는 우리 몸의 해로운 기름기를 제거하고 소화력 향상, 숙취·갈증 해소 등에 도움을 준다"고 기록했다.

연구진은 보이차에 함유된 폴리페놀의 일종인 '갈산'(Gallic acid)' 덕분에 이런 효과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갈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인 '리파아제'의 활동을 방해한다. 리파아제는 우리 몸으로 들어온 지방을 분해시켜 체내로 흡수되도록 하는데, 이 작용을 방해해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되도록 해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운동할 시간은 없고,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로 '배둘레헴'이 된 성인이라면 귀가 솔깃할 말이다. 복부비만은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병의 주원인으로 악명이 높지 않나.

보이차에는 카테킨 성분도 풍부하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카테킨은 차에서 떫은맛이 나는 원인이다. 항산화란 몸속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몸을 산화시켜 세포를 노화시키고 염증을 일으키는 작용을 막는 것이다. 보이차는 발효차의 일종이라 홍차처럼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카페인 흡수 속도를 늦춰주는 '테아닌'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고(高)카페인 음료를 마실 때 생기는 불면·심장 떨림 등의 증상이 다른 음료보다 덜하다고 한다.

당장 보이차를 사러 달려가고 싶은가. 정말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한번 따져보자. 일본과 프랑스 등의 연구에 따르면 "보이차에 들어 있는 갈산 성분은 하루에 35㎎씩은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보이차 1잔에 들어 있는 갈산은 1.06㎎ 수준. 체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하루 33잔의 보이차를 마셔야 한다는 계산이다. 식후 차 한 잔 마시는 수준으로 보이차를 마셔서는 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겠다. 다만 최근 들어 갈산이 35㎎ 이상 함유된 보이차 추출물을 타 마실 수 있도록 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보이차를 맛과 향 때문이 아니라, 건강식품으로 기능성 때문에 마시기로 했다면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