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숨진 날… 미국 '죽음의 백조'가 날아왔다]

[북한 "미국이냐 북한이냐 택일하라"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방영된 미 CBS 인터뷰에서 북의 핵·미사일과 관련 "북이 비합리적 체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런 나라를 상대로 우리는 북핵의 완전한 해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먼저 북핵 및 미사일을 동결하게 만들고 둘째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국 언론 인터뷰였다. 8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한 것이다. 북핵을 먼저 '동결'시킨 뒤 종국적으로 '폐기'에 이르게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이다. 그러나 북이 핵을 없앤다는 어떤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지난 20여년 동안 북에 속아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준다. 북은 앞으로 대화하면서 석유와 식량을 얻고 뒤에서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왔다.

지금 미국에선 핵·미사일 동결에 대한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발언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해 "한국은 은혜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 선제공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북핵이 미국에는 미래 위협이지만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며 "선제공격은 위협이 더 시급해진 상황에서 추후 논의 가능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무조건적 대화론자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도 한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거의 처음이다.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 내에서는 '응징' '타격'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미국은 이날 전략 무기들을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키며 이를 공개했다. 웜비어 사망과 함께 문 특보 발언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미·북 사이는 위험하고 한·미 사이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미(訪美)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낙관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새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