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선거에서 대거 당선됐다. 그들의 주요 공약이 제2 고교 평준화였다. 외국어고와 자사고를 줄이고 일반고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외고는 빼고 자사고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자사고보다 외고가 더 들어가기 어렵고 대입 성적도 좋은 편이라 다들 의아해했다. 알고 봤더니 조 교육감 두 아들이 외고를 나와 명문대에 진학한 상태였다고 한다.

▶소위 진보 인사들은 외고와 자사고를 특권 학교, 귀족 학교라고 비난한다. 평등 교육을 해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들딸 입학 때가 되면 이상하게 외고·자사고를 좋아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 아들은 외고 나와 의대를 갔고, 전교조 출신 장휘국 광주교육감 아들은 과학고 졸업 후 법대에 진학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아들도 외고를 다녔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2005년 교육부총리 시절 외고 폐지를 주장했지만, 딸은 외고에 보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자녀도 외고를 나왔다. 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다닌 학교도 자사고다.

[어학 영재를 키우기 위해 설립된 외국어고등학교는?]

["획일화 교육은 시대 역행적 발상" 원조 자사고들 반발]

▶사실 외고나 자사고는 형편만 되면 들어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녀가 이런 학교 다닌 게 밝혀지면 무슨 큰 잘못을 하다 들킨 양 변명했다. "용기가 없어 아들에게 대안 학교나 다른 삶을 조언해주지 못했다" "외국어를 잘해 보냈지만 입시 학원 같았다" "그런 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걸"…. 어떤 이는 이런 현상이 이른바 '강남 좌파'의 전형적 특성이라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7년 전 쓴 책에서 "외고생이 대학에 갈 때 자신이 택한 어문 전공으로 진학하도록 강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외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의 딸은 외고를 나와 이공 계열에 진학했다. 자식 일이란 게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교육처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심한 곳이 있나 싶다.

▶지금의 고교 평준화 정책이 처음 적용된 것은 1974년이다. 이후 평준화에 대한 불만이 늘었고 외국어고(1980년대)와 자사고(2000년대)가 차례로 개교했다. 지금 전국적으로 80여 곳 정도 된다. 전국 고교의 3%다. 대통령이 외고·자사고를 없애겠다고 하자 친전교조 교육감들이 경쟁하듯 폐지 발표를 하고 있다. 내 자식은 이미 졸업해 잘나가고 있으니까 남의 자식 못 따라오게 하겠다는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그 이중성이 무섭고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