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리그 ERA 4.50…지난해보다 하락
6월 이후 5.78로 급등…타고투저 심화 가능성↑

지난해 유례없는 ‘타고투저’ 시즌을 겪었던 KBO리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 존 확대라는 변혁의 과도기를 맞이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리그 평균자책점이 내려가고, 타율과 득점력은 다소 떨어지는 등 어느 정도 타고투저 완화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 지나고 6월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여름 레이스에 들어서자, 스트라이크 존 확대 등의 타고투저 완화의 기류는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투수들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는 뜻일까. 6월 이후 리그 평균자책점은 급증하고 타율은 덩달아 높아지는 등의 타고투저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KBO리그는 지난해 720경기를 치르면서 경기 당 평균 11.2점이 났다. 리그 타율은 2할9푼까지 치솟았고, 리그 평균자책점은 무려 5.17에 이르렀다. 무려 40명의 3할 타자들이 등장하면서 3할 타율에 대한 가치는 완전히 떨어졌다. 투수들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 존이 상하좌우 모두 조금씩 넓어지면서 투수들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5월까지 254경기에서 경기 당 평균 9.79득점이 났다. 경기 당 2점 가까이 덜 났고, 리그 평균자책점도 4.50으로 대폭 낮아졌다.

투수들의 9이닝 당 삼진과 볼넷 비율도 정상화되어가고 있었다. 5월까지 투수들은 9이닝 당 7.08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볼넷은 3.19개만 내줬다. 지난해 9이닝 당 6.96개의 삼진과 3.78개의 볼넷 수치보다는 나아진 모습. 타율 역시 2할7푼6리로 지난 시즌보다 낮아지는 등 연이은 타고투저 시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었다. 어렵지 않게 두 자릿수 득점을 볼 수 있었던 비정상적인 경기들이 득실거렸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6월에 돌입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타자들이 득세하고, 투수들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지난 시즌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6월 이후 열린 78경기에서 경기 당 득점은 12.3점으로 5월까지의 기록보다 3점 가까이 급증했다. 지나해 기록과 비교해 봐도 오히려 1점이 더 많아졌다.

당연히 6월 이후 리그 평균책점은 5.78, 리그 타율 역시 2할9푼7리로 급상승했다. 오히려 지난 시즌 전체의 평균 보다 더 높은 기록들을 마크하고 있다. 투수진의 9이닝 당 삼진과 볼넷 비율 역시 각각 6.69개, 3.44개로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는 수치로 회귀했다. 리그 피OPS도 5월까지 0.756이었지만 6월에는 0.832까지 급등했다.

다양한 이유들을 꼽을 수 있는데, 리그를 거듭할수록 투수진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야구인들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투수들이 훨씬 빨리 지치면서 타자들에게 좀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여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타자들이 다시금 상승 사이클을 타는 모양새가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항간에는 시즌 초반 확대됐던 스트라이크 존이 결국 시즌이 거듭되면서 과거의 존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들도 들리고 있다. 투수와 타자들이 체감하는 차이가 결국 지난해와 비슷해졌다는 의미다.

결국 6월 이후 고개를 들고 있는 타고투저의 모습은 여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역시 타고투저 시즌에 대한 우려는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