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다음 주 취임한다.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선거 캠프 멤버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한다. 경제를 보는 시각도 새 정부와 차이가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그는 새 정부가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보다 '혁신 주도' 성장을 먼저 말했고, 규제 개혁과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등 소신을 밝혔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선택한 것은 경제 운용에서 균형을 잡고 안정감을 주겠다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지금 새 정부의 국정 어젠다는 취지는 좋지만 너무 급하고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비정규직 정책이나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은 뜻은 옳아도 현실이 도저히 받쳐줄 수 없는 정책들이다. 이처럼 현실을 도외시하고 균형을 잃은 정책은 근로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를 죽여 근로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런 정책이 횡행하는 것은 국정 어젠다에서 경제 논리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주도하는 국정기획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가 보여주기 쇼를 위해 인내심과 균형 감각을 잃어버렸다. 김 부총리는 가장 먼저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정이 노동·복지 일변도로 치우치지 않도록 경제 활성화 과제들을 적극 발굴하고 관철해야 한다.

새 정부는 강제로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린다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상에 공짜로 되는 일은 없다. 기업이 활력을 회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진짜 성장, 진짜 소득 증가는 불가능하다. 낡은 규제를 풀고 경쟁력 잃은 '좀비 산업'을 구조조정해 새로운 산업과 혁신적 비즈니스가 싹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중국·일본 정도의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다.

현재 경제가 회복 기미는 있으나 청년 실업과 취업난은 최악이며, 영세·자영업자 생계가 걸린 내수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주의 공세를 펴고 있다. 앞으로 경제팀을 향해 '국민의 뜻'을 내세운 포퓰리즘적 요구가 쏟아지고, 새 정부의 철학이라면서 갖은 압박도 가해질 것이다.

김 부총리는 야당도 모두 적격으로 판정했다. 그만큼 능력과 도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오로지 나라와 경제의 미래만 보고 소신 있게 가야 한다. 지금 국민이 김 부총리에게 거는 기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