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경북 성주 사드포대에 대해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청와대는 또 국방부가 주한 미군에 70만㎡ 규모 부지 공여 계획을 세워놓고도 실제 32만여 ㎡만 공여한 것이 일반환경영향평가(33만㎡ 이상 기준)를 회피하기 위한 정황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부지 추가 공여 계획이 적시된 작년 11월 국방부 내부 보고서를 들었다. 만약 일반환경영향평가로 간다면 공청회 등이 의무화되어 있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배치 자체가 물 건너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사드 보고 누락 책임자로 지목한 국방정책실장을 보직 해임시켰다.

국방부는 완전히 입을 닫았다. 할 말이 있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 국방부는 원칙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국방부장관이 군사상 고도의 기밀 보호가 필요하거나 군사 작전의 긴급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환경부장관과 협의한 사항'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대통령이 북핵·미사일로부터 우리를 지킬 사드 배치를 이 법상의 '군사상 기밀 보호'나 '군사 작전의 긴급한 수행'으로 본다면 사드가 실전 배치돼 운용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청와대는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라 방해하려는 것'이란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동맹국 미국이 주한 미군과 그 가족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주한 미군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부수적으로 우리 국토의 절반가량이 방어 범위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비용도 미국이 댄다. 그런데 우리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이를 지연시킨다면 이미 동맹 간 신뢰는 금이 가는 것이다. 더구나 사드 논란의 근원은 오로지 중국의 반대 때문이다. 이 선례는 앞으로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이 예정에 없이 한국에 왔다. 혼미해진 사드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딕 더빈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을 만난 뒤 '한국을 지키자는 사드에 대해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인들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