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논란에 대한 진상 조사가 '보고 누락'에서 전임 정부에서의 배치 결정 과정 전반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후 조사 대상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때맞춰 더불어민주당에선 1일 국회 청문회에서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집권 여당이 '사드 백지화'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레이더 작동' 국방장관 발언에 놀라

문 대통령이 지난 30일 '충격적'이라며 진상 조사 지시를 내린 것은 "사드 레이더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한민구 장관의 국회 발언과 관련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1일 전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와 X밴드 레이더 등 일부 장비가 경북 성주에 배치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레이더 등 핵심 기능이 실제 가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사드특위 "국방부 은폐 보고는 중대한 국기 문란" - 심재권(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심재권 위원장은 이날“국방부의‘은폐 보고’는 명백히 중대한 하극상이고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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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한 장관은 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한 이틀 뒤인 5월 16일 국회에서 "미(美) 측에 확인한 결과 경북 성주에 야전 배치된 그(사드) 레이더도 (화성-12) 탐지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 발언은 사드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봤던 문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배치된다"며 "대통령이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가 6기가 모두 반입된 직후인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포대 배치가 안 된 발사대 4기를 미·중을 상대로 한 '외교적 카드'로 쓰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사드 부품이 옮겨졌다는 것과 그것을 설치·운영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대로 다음 정부로 넘기면 그것을 카드로 미국·중국·북한과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환경 영향 평가, 주민 설명회, 국회 공론화 과정이 남아 있다"며 "미국도 배치에 앞서 국내의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31일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나 "사드 환경 평가, 국회 논의에 시간이 필요하니 이해해달라"고 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구상을 갖고 있던 문 대통령으로선 '사드가 이미 가동 중'이라는 한 장관의 국회 발언은 '전임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뭔가 숨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했을 수 있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봤다.

◇김관진 넘어 황교안 겨누나

청와대는 진상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도 조사했다. 김 전 실장은 국방부 보고 당일(5월 26일) 이전인 지난 21일 퇴임했기 때문에 청와대 조사가 '보고 누락'을 넘어 전임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물론 사드 장비 반입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전 총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 심재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의 '은폐 보고'는 명백히 중대한 하극상이고 국기 문란"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방부가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의도적으로 은폐 보고한 경위와 배후에 대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기도 한 심 위원장은 "사드 문제가 외교 현안이기도 한 만큼 별도의 청문회법을 발의하기보다는 외통위에서 바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일차적으로는 (증인 소환 대상은) 김관진 전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라고 했다. '청문회 개최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이 후보로 계시는 동안에 말한 것과 우리 위원회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