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정규직 부담금 도입 시 고용시장 위축 우려"]

[비정규직 '쿠팡맨'이 청와대 찾아간 까닭은]

온라인 쇼핑업체 쿠팡은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배달 기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첫 시도를 했다. 배달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먼저 6개월 고용계약을 맺고 심사를 거쳐 정규직 전환, 재계약, 성과 미달자는 계약 해지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3600명 가운데 현재까지 12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때 쿠팡은 고용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착한 기업'으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방침이 나오자 정규직이 되지 못한 전·현직 배달 기사들이 들고일어나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이 회사 대표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쿠팡 사태의 본질은 심각한 적자다. 3년간 누적 적자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행대로라면 400억~500억원 들여 외부 택배 회사에 맡길 배달 업무를 정규직 또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맡긴다고 연간 2000억원 인건비를 부담한 것이 적자를 키운 원인의 하나다.

협력업체 근로자 52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한 SK브로드밴드의 파장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0개 가까운 협력업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공정위에 제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고 한다.

새 정부의 '비정규직 0' 선언 이후 공기업은 물론이고 대학, 병원 등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 부문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 부문은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 가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예측하지 못했던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경제 문제에선 정부나 기업의 선의(善意)가 때로는 엉뚱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역할은 선심 쓰기가 아니라 그런 가능성을 미리 살펴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