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5일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 지시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정례화하고, 각 부처의 인권위의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또 경찰의 무차별 구금 등 인권 침해소지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것을 강조하며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와 결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 같은 지시 방안을 전했다. 인권위의 위상 복원 내지 제고를 일종의 '보수정권 적폐 청산'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인권위의 정례 보고' 지시는 '대통령 대면 보고' 빈도 등이 각 기관·부처의 위상 문제로 직결되는 대통령제의 특수성에 근거한 것이다. 인권위의 대통령 보고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 위상이 떨어지고, 각 부처에서 인권위의 권고를 사실상 무시했다는 논리다.

청와대에 따르면, 인권위 설치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관급인 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한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은 3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 차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조 수석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축소된 인권위의 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청와대 집계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의 인권위 주최 행사에 참석한 경우도 극히 드물었다. 노 전 대통령이 인권위의 국제 행사에 두 차례 참석해 축사를 했고, 김 전 대통령이 2006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인권위 출범 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예가 전부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인권위 관련 행사에 꼭 참석해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의 각종 권고를 사실상 무시하는 행태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고 조 수석은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기관의 권고 수용률을 상향토록 하고,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기관장 평가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부처 평가나 인사 때 인권위의 의견을 얼마나 잘 수용해 이행했느냐를 평가 지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 사항은 법·규정상 강제성이 없다. 민원인 등의 제소 등을 근거로 한 인권위의 권고에 행정적 강제성을 더할 경우,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기존 각종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인권위 조사 사안의 대다수가 경찰 및 구금 시설에 대한 불만에 집중돼있다.

인권위는 국가 공권력과 사회적 차별 행위에 의한 인권 침해를 구제할 목적으로 지난 2001년 출범한 행정위원회다. 특히 검·경 등 수사기관의 인권 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 접수 및 조사, 인권 교육 등을 주 업무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