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이 네 번째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청와대는 22일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 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에 대한 재조사 및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직전 정부의 주요 사업을 문제 삼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전전(前前) 정부의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정을 지시하는 것은 김영삼 정부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전례를 찾기 힘들다.

양산서 監査 지시한 文대통령(왼쪽), 사무실 나서는 이명박 前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문 대통령은 22일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오른쪽 사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날 서울 대치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는 모습. 이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감사에 대해“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당면한 가뭄 극복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도 출범 직후부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실시했던 사업이다. 두 정부는 같은 당 정권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야보다 더 대립하던 관계여서 '정치 보복' 논란이 일 정도의 강도 높은 조사와 수사가 있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며 또다시 감사를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뒤 내내 "정치 보복은 없다" "권력 기관은 청와대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해왔다. 이 같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감사원 관계자들은 "청와대가 관련 부처 등을 거치지 않고 특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직접 지시한 것은 법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역대 정권들은 대부분 직전 정부 주요 사업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한다는 명분을 걸고 전 정부 관련 인사들에 대한 '손보기'를 시도했다. 본인들 주장과 무관하게 노태우 정부의 '5공 청산',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이 모두 정치 보복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를 수사했고, 이는 결국 노 전 대통령 죽음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이를 "가혹한 보복"이라고 했었다.

같은 보수 정권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이명박 정부 '되돌아보기'도 강도가 셌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정조준했다.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을 실시한 하천의 수질이 하지 않은 하천보다 더 나빠졌다'고 보고했고, 곧이어 감사원은 환경부 보고와 같은 결론을 내놨다. 이때가 두 번째 감사였다.

작년 낙동강 녹조 현장 방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부산 사하구의 수자원공사를 방문, 낙동강 하굿둑 인근에서 낙동강 녹조 오염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文대통령, 이명박정부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지시 ]

박근혜 정부가 정식 출범하고 감사원은 또다시 감사를 시작해 2013년 7월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3차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초 발표한 4대강 사업 1차 감사에서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 등에 4대강 사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던 결론과는 정반대였다.

박근혜 정부는 총리실 직속으로 '4대강사업조사종합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사업 전반을 재조사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4대강 비리 수사'를 하는 등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개념으로 이를 다뤘다. 문 대통령도 '적폐 청산'이란 명분을 걸고 있다. 대선에서 12대 공약 중 1번으로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제시하면서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로 대변되는 보수 정권이 남긴 것은 수십조원의 4대강 예산 낭비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대변되는 부정부패, 민주주의 파괴 등 각종 사회 적폐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으로 또 당해야 하는 쪽에선 "정치 보복"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새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 정부의 정책 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고 확보한 물을 잘 관리해 당면한 가뭄을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4대강 사업은 세 번에 걸친 감사원 감사 끝에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고, 야당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4건의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정책 감사를 가장한 정치 감사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도 4대강에 대해 얼마나 많이 둘러봤느냐"며 "국정 현안의 우선순위가 그것밖에 없느냐. 재탕 삼탕 감사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의 이번 감찰 지시가 법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4대강 감사에 착수하려면 국무총리가 감사를 요청하거나 환경부·국토부 등 관련 부처 장관이 공익 감사를 청구하거나 또는 감사원이 직권으로 감사에 착수하는 등 세 가지 경우가 있다(감사원법 23조, 감사원 규정 4조 3호)"며 "엄밀히 말하면 청와대가 직접 감사를 지시하는 것은 절차가 잘못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감사원의 눈치, 부실 감사 이제는 끝내겠다"며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공약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누군가의 불법이나 이런 걸 발견하는 것이 주안점이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정부 색깔 지우기라는 시각으로 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나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위법·불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상응하는 후속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해 검찰 수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우리는 수사 지휘는 안 하지만 감찰 지시는 한다"며 "여기서 범죄 혐의가 나오면 '이첩'한다. 그건 검찰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기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