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의 황운하 단장(경무관)이 최근 "검찰이 개혁의 단두대 위에 올랐다" "우리 검찰은 악마 같다"는 등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빚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개혁 대상 1호'로 꼽히면서 경찰의 오랜 숙원인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이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맞춰 경찰 내부에서 이 문제를 전담해온 고위 간부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검찰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황운하 단장은 누구?]

황 단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군사 정권은) 검사에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가로 정권의 충견(忠犬)으로 활용했다'며 '(민주화 이후) 군사 독재가 물러간 자리에 검찰 독재가 들어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검찰은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 되어 국민적 개혁 대상 1호가 됐다'며 '도도한 역사적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개혁의 단두대 위에 올라갔다'고 했다.

황 단장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찰 비판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2005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로 공개 마찰을 빚었을 때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으로 선봉에 섰고, 2012년엔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뇌물 수수 혐의를 받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작년 말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에 임명됐을 당시 그의 경찰청 복귀를 두고 '대선을 앞두고 수사권 조정 문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황운하를 다시 불러들였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황 단장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 검찰 제도는 용도 폐기될 때가 됐다'는 등 거의 매일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황 단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황 단장을 비롯한 수사구조개혁단에 '국민에게 조직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취지로 주의를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대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며 "검찰 개혁 여론에 편승해 경찰의 숙원을 풀려는 식의 행동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불거진 검찰 간부들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두고 22일 시민단체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만찬 참석자 10명을 경찰청에 고발한 것과 관련, 이철성 경찰청장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며 "법무부에서 (해당 사건을)감찰하고 있으니 그와 진행 속도를 맞출지 등 협의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