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71)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남북 관계에 있어 대화가 단절된 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남북 관계야말로 우리가 주도해서 관계를 빨리 복원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관계는 저희가 굉장히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장 남북 관계를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예를 들면 군 연락 통신망 같은 것은 빨리 복구를 해야 한다"며 "또 실무 차원에서 우리 접촉 라인을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의용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다자외교 통상전문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정 실장은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 "단지 남북 관계 차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 유엔 제재와도 관련됐기 때문에 그 문제를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서는 "필요성 여부를 떠나 결정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그런 우리의 입장에 대해 관련국들에 설명이 있었고, 관련국들도 우리의 그런 판단을 존중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무엇보다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미 관계 공조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과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자문 그룹 '국민 아그레망' 단장으로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를 디자인했다. 문 대통령이 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외교' 중심으로 안보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으나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북핵 위기에서는 안보에 있어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안보의 개념은 확장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외교관 시절 주로 통상을 담당했고, 북핵 관련 업무를 한 적은 없다. 외교가에서는 "안보와 통상을 결합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기 위해서도 통상 전문가인 정 실장이 적임"이라는 의견과 "우리 외교는 아무래도 정무(政務)가 핵심적인데 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걱정"이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정 실장은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무고시 5회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 주제네바·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