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기 경성정기 대표이사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1순위로 등장하는 단골 정책은 청년 실업 해소와 중소기업 육성이다. 그런데 새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밝혀 온 탈(脫)원전 공약은 진정 중소기업을 걱정하고 청년 실업을 고민해 내린 결정인지 걱정이 앞선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일부 국회의원이 주도해 우리 중소기업의 미래 먹거리인 영국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어려운 현실에서도 묵묵히 국가 에너지 산업 발전에 일조해온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자들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환경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원전 건설과 원전 해외 수출을 중단하면 우리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어떠할까. 제작과 건설을 한참 진행 중인 우리 중소기업들은 매출과 투자가 급작스럽게 끊겨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기술자 해고, 협력업체 줄도산 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조선 및 플랜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고 원자력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전 공급 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중소기업이 꾸준한 설비 투자와 기술 인력 양성, 그리고 제작 및 건설 공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결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조차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이제까지 쌓아온 원전 관련 경험과 기술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1979년 TMI(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정부의 원전 건설 전면 중단 정책에 따라 오랜 기간 원전 건설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많은 원전 기자재 공급업체가 원자력 사업을 포기했으며 기자재 공급망(Supply Chain)의 와해로 훗날 공급망 재확보에 상당한 차질을 겪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모든 면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데는 어떤 이견도 있을 수 없다. 안전에 대한 문제라면 관련 업체들도 자존심 차원에서 챙기고 있다. 30년 이상 국가 경제의 중심축인 원자력 산업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우리 중소기업 기술자와 가족들이 영국 원전 수출의 좌절과 탈원전의 어두운 그림자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처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원전 수출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희망의 불을 지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