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Books팀장

오늘 Books의 커버 스토리는 유발 하라리입니다. 신작 '호모 데우스', 전작 '사피엔스'가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준다면 이번 책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겠다는 야심이죠.

지난 3월 이스라엘에서 만난 하라리 인터뷰를 내보낸 이후 그의 개인적 삶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종이 지면의 한계로 소개하지 못했던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반려견 '빙고', 또 하나는 자택 거실에 있던 아담한 일본식 정원.

인터뷰 내내 그의 곁을 지켰던 '빙고'는 유기견(遺棄犬)이었습니다. 버려진 하운드 잡종을 데려와 키웠다죠. 아홉 살. 사람으로 치면 장년에 진입한 나이인데, 자비심 많은 주인 만나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더군요.

또 하나는 앞서 말했던 일본식 정원. 이번 책 '호모 데우스' 98쪽에 이 단어가 한 번 등장합니다. 물론 책에서 자기 집 이야기를 쓰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잔디의 역사를 간략히 서술합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로마의 신전, 예루살렘 유대교 성전, 베이징 자금성 등 어느 곳에도 방문객을 반기는 푸른 목초지는 없다는 거죠. 개인의 집과 공공건물 입구에 잔디를 심는다는 생각은 중세 말 프랑스와 영국 귀족들의 저택에서 탄생했답니다. 대저택 입구의 잔디는 이제 누구도 위조할 수 없는 지위의 상징이 됐고, 차츰 미국 중산층까지 확장됐죠.

물론 이런 역사를 알고도 집 앞마당에 잔디를 깔지 여부는 당신의 자유겠지만, 문화적 짐을 벗어버리고 일본식 정원이나 완전히 새로운 창조물을 상상할 자유 역시 당신의 몫이라는 것. 인류의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여부 역시 인류의 대응과 선택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피엔스'에 워낙 만장일치 가까운 호평이 쏟아진 터라 '호모 데우스'는 조금 비판적인 접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진화학과 과학철학을 전공한 서울대 장대익 교수에게 서평을 부탁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하라리와 함께 다른 운명을 꿈꿔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