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2층 고속열차'가 필요할까. 코레일이 2층 고속열차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2층 고속열차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코레일과 국토교통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충분한 좌석 공급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토부와 일부 철도전문가는 승하차 시간이 증가하고, 앞으로 고속열차 기술 개발 방향은 '동력분산식' 열차라는 이유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코레일 "만성적인 좌석 부족 해소해야"

코레일은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현대로템 등과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에는 시제품 열차를 기존 KTX 열차에 연결해 시험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도입이 확정되면 5년 정도 제작 기간을 거쳐 2023년엔 2층 고속열차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코레일이 도입 추진하고 있는 2층 고속열차의 가상 운행 장면.

코레일은 2층 열차를 도입하면 ▲휴일이나 휴가철의 만성적인 고속열차 좌석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고 ▲현재 고속철도의 대표적 병목 구간인 평택~오송 구간 등에서의 선로 용량 부족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2층 열차의 1층을 수도권 전동열차처럼 좌석과 입석이 혼재된 방식으로 만들 경우 한 번에 200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열차 제작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도 고속열차는 아니지만 ITX-청춘 등 다른 열차에도 2층 객차가 있다. 한 철도 전문가는 "2층 고속열차의 하부를 좀 더 낮게 만들고 전차선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집전장치'를 더 납작하게 만들면 터널이나 전차선 등 시설 변경 없이도 2층 고속열차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프랑스의 열차 운영사인 SNCF는 지난 2007년부터 2층 고속열차만 도입하고 있다"면서 "현재 총 428편성의 SNCF 고속열차 중 절반에 가까운 200편성(46.7%)이 2층 고속열차"라고 말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2011~2014년 철도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할 때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추진했었고, 코레일 사장 부임 이후에도 다시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2층 화물열차 기술 개발도 추진해 코레일 직원들 사이에선 "사장님이 좋아하는 건 2층"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국토부는 "글쎄…"

하지만 정작 철도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우선 승하차 시간의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KTX 등 고속열차는 한 번 정차할 때마다 5분(승하차 시간 2분+가감속 시간 3분) 정도가 필요한데 2층 고속열차는 승하차 시간이 이보다 1~2분씩 늘어날 것"이라며 "선로 용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정차 시간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열차 운행 계획 자체가 꼬일 수 있다"고 했다.

코레일 등이 개발 중인 2층 고속열차의 복도 부분 예상도. 출입문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철도산업과 국민경제 발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철도공사]

향후 동력분산식 열차가 개발되면 2층 고속열차가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운행 중인 KTX는 열차의 맨 앞과 뒤에 열차를 끄는 동력차가 1량씩 있다. 그러나 동력분산식 열차는 객차마다 하부에 동력을 분산 배치하기 때문에 별도의 동력차 없이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2020년쯤 도입 예정인 동력분산식 열차는 2편성을 하나로 묶으면 1000명 넘게 탈 수 있어 굳이 2층 열차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프랑스의 경우 고속열차 이용객이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증가해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층 고속열차를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은 신칸센 일부 노선에 운행 중인 2층 고속열차를 2020년 말까지만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층 열차가 무거워 속도 향상이 어렵고, 열차 내에 계단 등이 있어 고령자·장애인 등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등 이유로 2층 열차 운행을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