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특사에 국무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의원을 14일 내정했다. 역대 정부에서 대중(對中) 특사는 대미(對美) 특사와 함께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 정권 핵심부 인사가 해왔다. 이 의원은 친노(親盧)의 좌장이자 국무총리를 지낸 7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대중(對中) 특사로는 5선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거론됐지만 박 의원은 14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의 정부 사절단으로 파견됐다. 문 대통령 친서를 들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특사는 이해찬 의원으로 정해진 것이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누구였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북핵 문제 등에 있어 중국이 갖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문재인 정부에서 상징적 존재감을 가진 이 의원으로 특사를 격상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중국에서도 이 의원 파견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이 의원 자신이 특사를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시진핑 주석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사드·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사단을 이른 시일 내에 중국에 파견하겠다"고 했었다. 이 의원이 중국에 대통령 특사로 가는 만큼 시 주석과 만나 첫 한·중 정상회담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대중 특사는 정부 핵심 인사나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쟁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중국에 보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때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을 중국 특사로 보냈다.

노무현 정부 때 대중 특사는 이해찬 의원이었다. 이해찬 의원은 '한·중문화원'을 만들고 부인과 계간 '한국과 중국'을 발행한 적도 있는 친중(親中)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작년 총선 때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공천에 탈락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지난 대선 때는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자유한국당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해찬 의원이 상왕(上王) 된다"며 공격했었다. 이 의원 역시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이 의원은 "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에 남겠다"며 임명직 공직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