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미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5일 만에 첫 안보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對北) 대화 국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문 대통령도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 협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고, 미국 백악관은 "모든 국가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성명을 냈다.

文대통령, 박근혜정부 외교안보라인과 北 대응 논의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NSC를 소집했으나 새 정부 외교·안보 분야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병호 국정원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실장, 문대통령,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27분쯤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高度) 2000㎞ 이상으로 상승했고 30여분간 약 700~800㎞를 날아갔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부러 발사 각도를 높인 '고각(高角) 발사'로 고도 2000㎞까지 상승했다면, 이를 30~45도의 일반적인 각도로 발사할 경우 비행거리는 5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소식통은 "이는 미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선(先) 태도 변화, 후(後) 대화'라는 대응 기조로, 현재로선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北, 문재인 정부 첫 주말에 ICBM급 도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성급한 남북대화 재개'를 견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전인 지난 12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남북대화는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방한하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이 같은 미국 측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심혈을 기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탄도미사일 발사로 찬물을 끼얹은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