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미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5일 만에 첫 안보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對北) 대화 국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문 대통령도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 협력 기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고, 미국 백악관은 "모든 국가가 더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는 성명을 냈다.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27분쯤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高度) 2000㎞ 이상으로 상승했고 30여분간 약 700~800㎞를 날아갔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부러 발사 각도를 높인 '고각(高角) 발사'로 고도 2000㎞까지 상승했다면, 이를 30~45도의 일반적인 각도로 발사할 경우 비행거리는 5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소식통은 "이는 미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선(先) 태도 변화, 후(後) 대화'라는 대응 기조로, 현재로선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성급한 남북대화 재개'를 견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전인 지난 12일(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남북대화는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15일 방한하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이 같은 미국 측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심혈을 기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탄도미사일 발사로 찬물을 끼얹은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