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정성원 기자

"시커멓게 탄 마을을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불을 낸 사람은 반드시 잡아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지난 6일부터 성산면 어흘리에서 시작된 불은 나흘 간 타오르며 주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강릉의 산림 57㏊가 잿더미가 됐고, 주택 33채도 불에 타 7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강릉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빙상 종목 개최 도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은 물론, 지구촌의 눈이 이곳으로 쏠릴 것이다. 그런데 세계인에게 보여주려던 선수촌과 경기장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화재 탓에 상당 부분 훼손되고 말았다. 삼척에서도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산불이 이어지면서 산림 270㏊와 주택 1채가 소실됐다. 총 327㏊(약 99만평)에 이르는 피해 규모는 1996년 이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중 다섯째로 컸다.

산림 당국은 강릉과 삼척 산불의 원인이 입산자 부주의로 인한 실화(失火)라고 한다. 경찰은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산불의 책임이 있는 사람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고의로 산불을 내면 7년 이하의 징역형, 과실일 경우엔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산불로 인한 재앙의 악순환을 끊기에는 처벌의 수위가 낮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를 더 강화하고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불 감시 시스템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 한번 발생한 산불을 진화(鎭火)하려면 많은 시간과 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동반될 땐 불길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영동 지역은 그동안 끊임없이 대형 산불 피해를 겪었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 단순림이 많은 데다, 봄철 양강지풍(襄江之風·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강한 바람)의 특이한 기상현상도 산불을 키우곤 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지자체가 주요 야산 출입로와 길목마다 산불 감시 인력을 집중 배치해 평소 화재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유사시 무인항공기를 활용해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입체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산불은 생태계 뿐 아니라 소중한 문화재·인명·생활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간다. 적어도 실화만큼은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