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핵심 측근인 이른바 '3철'이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3철'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전해철(55) 민주당 의원, 이호철(59)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54) 전 홍보기획비서관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딴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 '3철'의 관계를 정치권에서는 "형제만큼 가까운 동지"라고도 한다. 그러나 세 사람이 어떤 자리를 맡을지는 지금까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 하마평만 무성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거취를 밝힌 건 이호철 전 수석이다. 이 전 수석은 "3철은 범죄자가 아니다"며 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지난 10일 한국을 떠났다. 그는 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후배다. 그가 1981년 부림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고, 문 대통령과도 정치적 동반자가 됐다. '노무현 청와대' 때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민정수석으로 있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2012년 대선 때 당 안팎에서 "비선 실세"라는 비판이 나오자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뒤로 물러나겠다"고 했던 측근 그룹은 '3철'을 포함해 9명이었다. 그 뒤 이 전 수석은 원래 운영하던 해운대 앞 여행사 대표로 돌아갔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다시 영남권을 돌며 문 대통령을 도왔다. 그랬던 이 전 수석은 측근들에게 "제가 존경하는 노변, 문변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제가 할 일은 다 한 듯하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짧은 글을 쓰고 동유럽으로 출국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곁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9월 국회에 출석했던 당시 전해철(왼쪽)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015년 7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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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갈 것이라는 설이 무성하다. 같은 노무현 정부 출신인 박범계 의원과 경합 중이라는 소문도 돈다. 하지만 본인은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전 의원에 대해 청와대 쪽에선 "대통령 측근이면서 여당 최고위원이면 더 이상 다른 자리에 갈 필요도 없다"며 "당에서 대통령과의 연결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전 의원은 1992년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이 세운 법무법인 '해마루'에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몸담으면서 문 대통령과도 가까이 지내게 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민정수석 후임으로 민정수석 자리를 이어받았었다. 문 대통령과 같이 19대 국회에 입성한 뒤 문 대통령이 공격을 당할 때마다 방패 역할을 했었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이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던 양정철 전 비서관이 어디로 갈지도 관심이다. 청와대 내부 업무를 관리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 측근들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이번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10년 전 직책보다 높은 자리로는 가지 않기로 했다"며 "그래서 양 전 비서관이 비서관 중 핵심 자리인 총무비서관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무비서관은 11일 다른 사람으로 발표됐다. 그래서 이날 한때 '양정철 출국설'이 돌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양 전 비서관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나도 내가 청와대에서 일할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청와대 자리를 배치하다가 '너 여기 비었는데 좀 가야겠다'고 하면 가는 거다. 자리가 다 차고 마땅한 데가 없으면 외부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집사'라고 불린다. 2011년 문 대통령이 정치 입문할 당시 출간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의 기획부터 실무까지 전부 그가 했다. 일부에선 "양정철은 '정치인 문재인'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사람"이라고도 한다. 야권(野圈)에선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한 이 '3철'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즌2'냐"며 청와대행이나 권력 핵심 보직 기용을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출범 초기보다는 임기 중반에 위기 국면이 오면 핵심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