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검찰 개혁을 맡을 민정(民情)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조 수석은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엄정하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있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 개혁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독립을 보장해주는 것" "검찰을 권력의 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조 수석은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잘 사용했다면 최순실 게이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정수석이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단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조 수석은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초 서울대 총장에게 교수들의 정치 참여를 막아달라는 건의문을 냈던 사람이다. 또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기소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는 조 수석의 해명이 필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특조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조사됐으면"이라고 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갔는데 그런 부분들이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조 수석에게 검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지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언급이다. 논란이 일자 조 수석은 재수사나 재조사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이상 청와대의 수사 지휘는 없다는 수석의 말이 맞는가, 무엇무엇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맞는가. 세월호 사고 조사는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마치고 선체 조사 단계까지 가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도 검찰→특검→검찰로 이어지며 수사할 만큼 했다. 관련자들도 다 기소됐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더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검사들 비리까지 수사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대통령과 검찰의 공생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검찰 개혁이다. 하지만 민정수석 임명 첫날부터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지시하고 개입한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 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다음 날 검찰 수사에 대한 지시를 내리면 어느 말을 믿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