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7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2015년 17.9%)이 5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1위다. 75세 이상 열 명 중 둘 가까이가 취업 상태라는 뜻이다. OECD 25개국 가운데 1위 한국과 2위 멕시코(17.0%)만 이 연령대 고용률이 두 자릿수다. 3위 일본(8.3%), 4위 포르투갈(6.6%), 5위 뉴질랜드(6.1%)만 해도 한 자릿수로 뚝 떨어진다. 덴마크(0.0%), 프랑스(0.5%), 벨기에(1.2%), 독일(1.8%) 노인들은 거의 대부분 일을 그만두고 노년의 여유를 즐기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65세 이상 고용률(30.6%)도 둘째로 높다. OECD 평균치(13.8%)의 두 배도 넘는다.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 없이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것이 미덕일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노인들의 상황은 OECD 선진국들과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다. 노후에 연금 수입이 없으니 고령에도 쉬지 못하고 적은 돈이라도 생활비에 보탤 요량으로 벌이에 나서는 것이다. 풀 뽑기나 휴지 줍기 같은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고용률이 그만큼 높아진 측면도 있다.

연금 역사는 짧은데 고령사회는 벼락처럼 닥쳐오는 바람에 장수(長壽)가 축복이 아닌 재앙처럼 느껴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을 감안하면 노인 복지는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현재 소득 하위 70%까지 최대 월 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똑같이 월 30만원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선거 한번 치를 때마다 대다수 노인에게 월 10만원씩 더 나눠주는 식의 '무차별 현금성 복지'는 상황이 더 절박한 계층에 배분해야 할 복지 재원을 덜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골고루 나눠주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유권자 표 얻는 데는 도움 될지 몰라도, 예산만 거덜 내고 노인 빈곤 해소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