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 분쟁을 막기 위해 선진국은 무엇보다 '예방적 접근'을 중요시합니다."

국내 유일의 '갈등해결학 박사'인 강영진〈사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지난달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보다 먼저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를 겪은 미국은 이제 님비를 '새로운 님비(NIMBI)'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님비란 주민들의 편을 가른다는 뜻은 아니다. 'Now I Must Be Involved (나도 이제 참여해야만 한다)'의 줄임말로, 정부가 기피 시설을 지을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에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는 뜻이다. 강 박사는 "님비 갈등은 '왜 하필 우리 동네냐'라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주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 결과가 자기에게 불리해도 쉽게 반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지난 2007년 미 조지메이슨대학에서 갈등해결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서울 금천구 소방서 설립 갈등처럼 님비 때문에 빚어진 국내 주요 갈등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강 박사는 "선진국에도 '결정하고, 발표하고, 방어하고' 식의 일방통행식 행정이 남아 있어 님비 갈등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시 교육위원회는 작년 10월 학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초등학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이 "교통량이 증가하고 공사로 인한 공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해 무산됐다.

일본도 비슷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작년 4월까지 1년간 주민들의 반대로 어린이집 설립이 무산된 사례가 10건에 달했다.

강 박사는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부처마다 갈등을 전문적으로 대처하는 전문 기구가 설치돼 있다"며 "일방적인 결정 후에 주민 반발을 막느라 큰돈을 쓰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예방법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처럼 불신이 많은 사회에서 정부가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시민을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