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노후요? 종잡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죠. 지금 같은 생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어머니가 쓰러지시면 저도 함께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고령 어머니와 동거하는 54세 일본인 미혼 여성 다나카 히로미(田中博美)씨는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나카씨의 10년, 20년 뒤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그는 무대 뒤 코러스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따금 학생들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기도 했지만 그걸로 생계를 꾸릴 수는 없었다. 결국 부모님 댁에 얹혀 사는 길을 택했다.

부모님 연금에 의존해서 생활하던 다나카씨는 6개월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 급격히 위기감을 느꼈다. 드문드문 들어오던 임시직 일자리는 10년 전부터 눈에 띄게 감소했다. 다나카씨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고 국민연금 납부도 중도 포기해 연금 수급 자격도 없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 그야말로 '끝'이다.

[부모에게 의존하며 사는 캥거루족이란]

최근 재팬 타임스 등은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의 고령화가 향후 일본 사회를 위태롭게 만들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1997년 주오(中央)대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교수가 쓴 '패러사이트(기생충) 싱글의 시대'라는 책에서 이름을 따온 패러사이트 싱글은 성인이 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동거하면서 식비, 주거비, 생활비 일체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성인들을 일컫는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자리가 있더라도 저축 등 미래 준비는 하지 않는다. 생활비 부담도 부모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러사이트 싱글은 199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로 정규직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등장했다. 학교를 졸업해도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없고, 결혼할 능력이 되지 않는 많은 젊은이가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20~30대 패러사이트 싱글들은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중장년층이 됐다. 야마다 교수는 "1990년대 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기생했던 25세 독신 중 3분의 1이 그 상태 그대로 50세가 됐다"고 했다.

일본 총무성 통계연구소에 따르면 45~54세 연령대 중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해 살고 있는 패러사이트 싱글은 1980년 18만명에서 2016년 158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의식주 등 생활의 가장 기초적 부분까지 모조리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들도 31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부모 세대는 이제 70~80대에 접어들어 10~20년 뒤 부모가 사망하면 중장년층 패러사이트 싱글들은 안전 장치도 없이 사회에 팽개쳐지는 셈이다. 또한 예비 중장년 패러사이트 싱글로 분류되는 35~44세 중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이들도 6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중장년 패러사이트 싱글은 나이가 들수록 외부 세계에서 고립되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후생노동성은 40대 이상 히키코모리를 23만여 명으로 보고 있다.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부모의 연금에 의존하는 패러사이트 싱글이 부모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부모의 암묵적 동의하에) 자신들이 우선 사용해 노령연금 서비스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의 여러 비영리 단체는 중장년 패러사이트 싱글의 자립을 돕기 위해 '부모가 사망한 후 홀로 일어서기' 테마로 좌담회와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때 은둔형 외톨이였다가 지금은 이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오하시 후미노부(大橋史信)씨는 "중년 패러사이트 싱글들은 부모가 죽고 나면 뭘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며 "누군가가 나서서 돕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