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오전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 한국 부담'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이 발언이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10억달러를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27일(현지 시각) "한국에 (10억달러)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하다고 통보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내 파문이 일어난 뒤인 28일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은 한국과 일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핵심 동맹국들이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부 여론을 고려한 국내용 발언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동맹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실제 한국이 내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하고 미국이 장비 전개·운용·유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한 이상 맥매스터 보좌관의 말대로 될 것이다. 그러나 돈 얘기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양국 어느 쪽이든 한·미 동맹을 돈이나 경제의 문제로 격하시키는 발언이 자꾸 나오면 동맹 간의 신뢰 자체에 결국 금이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진행될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두었다는 추측이나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앞둔 전략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사드를 카드로 이용한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북한 김정은을 효과적으로 압박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탄 발사를 감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선 여러 혼선도 일어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수행한 백악관 안보 분야 관계자가 "사드 배치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가 바로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가 한국 내 반발이 일자 백악관 실무자가 "우리는 한국이 수천년간 독립적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측이 만찬 초청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항모 칼빈슨호의 한국 해역 진입도 말과는 달리 너무 늦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CBS 인터뷰에서 "나는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북에) 경고한 적이 없다"며 "(북이 발사한 것은) 큰 게 아니라 작은 미사일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대북(對北) 성과에 흠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유엔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이 "쏘지 말라 한 적 없다"고 말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 같다. 한국 새 정부가 한·미 정상(頂上) 간 전통적 유대와 우호, 친분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다양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예상 밖의 안보 사태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