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조사실로 향할 당시 모습.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인성(54)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충근 특검보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9부(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교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조폭들도 말단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 교육자의 허물을 쓰고 제자에게 온갖 교육 농단 멍에를 덧씌우려는 피고인에게 일고의 용서도 없이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최경희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 교수는 최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과 공모해 2016년 1학기와 계절학기 등 3과목에 정씨가 출석하지 않고 과제물을 내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박사학위를 지도하고 있는 겸임교수 유모씨를 시켜 정씨에게 부정하게 학점을 주고 정씨 대신 허위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특검보는 “소위 ‘조폭’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보스도 살리고 자기도 살자고 말단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면서 “하물며 조폭도 그러한데 피고인은 십수년을 피고인 밑에서 궂은 일을 하며 교수 임용을 원하던 제자의 허탈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겼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검사 시절 범서방파 두목을 기소하는 등 조직폭력배 수사를 많이 해온 ‘강력통’이었다.

박 특검보는 “소위 사회 지도층 범죄자들에게 엄격한 것은 이들이 온갖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라며 재판부에 선처없이 형을 선고해 줄것을 요청했다.

특검팀의 구형이 끝난 뒤 변호인의 최후변론을 울면서 듣고 있던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일어나서 해 달라”는 재판장의 말에 최후진술을 했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의 제 삶은 이대를 떠나서 존재하지 않았다. 이대를 좋아해 이대에 입학했고 22년간 이대 교수로 재직했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 온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대가 여대로서 존폐여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우수 학생을 유치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체육 특기생을 배려하는 것이 학교를 위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솔한 행동과 판단이 제자들까지 잘못 저지르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정유라를 알고 처음부터 개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 평생 열정과 사랑을 바쳐 일했던 이대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한 번 학생들을 위하는 좋은 선생으로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