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2011년부터 디지틀조선일보에서 일하고 있다. 주 업무는 조선닷컴 100자평과 토론마당 모니터링. 댓글 창에 '관리자가 (비속어·비하·기타) 사유로 100자평을 삭제하였습니다'라는 빨간 문구가 뜨면 내가 다녀간 것이다. 그러니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무슨 기준으로 내 글을 삭제하느냐"는 불평. 볼멘소리에 이골이 날 만도 하건만, 막상 항의를 받으면 또 뜨끔해진다.

대통령 탄핵 이후 이런 항의가 급증했다.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보수신문이 변절했다"며 분개했고, 그 반대 진영에서는 "여전히 기득권을 대변한다며" 못마땅해한다. 몇몇 독자는 내 정치성향을 캐묻는다. '종북'과 '수구'라는 단어를 번갈아 들을 때마다 정체성에 혼란이 올 지경.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댓글난으로 넘어가 보자. 거긴 말 그대로 가관이다. 욕설은 기본이요, 확인되지 않은 소문,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는 감정의 토로가 넘친다. 얼마 전 시조를 같이 공부했던 60대 문우(文友)를 만났다. "예전엔 기사 댓글이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소통의 장벽 같다"고 했다. 현 세태에 목소리를 높이던 문우는 "소명의식을 가진 사이버 청소부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회색분자처럼 보일지라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아야 해요. 목소리 크다고 지면 안 되는 겁니다." 문우의 말에 공감하면서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좋아요'의 시대, 댓글은 영향력 있는 글이다. 그리고 변질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짜가 진짜인 양 활개 치기도 하고, 괴담이 진실로 포장되기도 한다. 예의와 상식이 필요하다. 오늘도 나는 까다로운 관리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융통성 없는 인간이라 비난받을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항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그러나 '청소부'로서 코 푼 휴지를 고귀한 보석으로 대접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