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끄는 사단법인 미래회가 18번째 바자회를 열었다. 노 관장은 해마다 꾸준히 자선행사를 진행해온 원동력을 묻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착한 마음?”이라고 말하고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파는 품목도 다양하고 가격도 시중보다 싸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어요."
4월 13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라움' 마제스틱 볼룸에서 열린 미래회 '사랑의 바자'를 찾은 한 30대 주부가 말했다. 미래회 바자회는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명품가방 3개를 1백만원에 샀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 전부터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다. 역시 이날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가득 찼다. 미래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10시 반부터 5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의 입장권(1만원)이 1천9백 장 가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1 해마다 미래회 바자회를 찾는다는 개그우먼 이성미. 2 가방 판매에 나선 방송인 홍진경.

바자회에는 화장품, 옷, 핸드백, 신발, 액세서리, 리빙·홈 제품은 물론 호텔, 유학원,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1백4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개장하자마자 인산인해를 이루며 입장객들의 손놀림이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중고 명품 판매대. 그중에서도 가방 품목은 금세 동이 나버렸다. 가나아트센터에서 기증한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기증품 판매대를 지키던 노소영 관장도 직접 한 점을 구입했다.

해마다 연예인들이 기증한 소장품도 눈길을 끌어왔다. 올해에는 배우 하지원 씨가 구두와 향수를 내놓았고 황정음 씨는 화장품과 핸드백을, 김주하 앵커는 니트 의류와 클러치를 기증했다. 모델 출신 방송인 홍진경 씨는 바자회에 참가한 지인의 가방 브랜드를 돕기 위해 작년에 이어 직접 판매에 나섰다. 그는 “시국이 어지러워 올해 바자회를 열지 말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가격에 물건을 사고 그게 또 좋은 일에 쓰이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모델 송경아 씨도 일찌감치 바자회장을 찾았다. 지인과 함께 오전 쇼핑을 즐기고 행사장 내의 야외 정원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 여유롭게 오후 쇼핑을 이어갔다. 개그우먼 이성미 씨는 “바자회에 매년 왔다. 오늘은 방금 막 주걱을 샀다”며 기자에게도 많이 사라며 넉넉한 인사를 건넸다.

미래회 바자회를 찾은 모델 송경아.

20년 가까이 미래회를 이끌고 있는 노소영 관장은 앞치마에 크로스백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채 바자회장 곳곳을 자연스럽게 누볐다. 화장기가 거의 없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170㎝를 넘는 큰 키 덕분에 어딜 가나 쉽게 눈에 띄었다.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였다. 그를 찾는 이들에게는 서슴없이 반갑게 손을 내밀었고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해 폭넓은 관계망도 실감케 했다.

노 관장에게 18번째 바자회를 열게 된 감회를 물었다. 그는 "감사하다"고 시작해 "감사하다"로 말을 끝냈다.
"벌써 18번째예요. 너무나 감사하죠. 도와주신 분들이 참 많거든요. 그저 감사한 마음밖에 없습니다."(웃음) 이어 큰 행사를 해마다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착한 마음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라움에서 참 많이 지원을 해주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기존에는 SK가 운영하는 워커힐 호텔에서 바자회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해에도 동일한 장소로 예정돼 있었지만 행사 며칠 전 급작스럽게 라움으로 변경됐다. 최근 워커힐 호텔이 세계 호텔 프랜차이즈와 결별하고 자사 브랜드로 새로이 단장하는 과정에서 공사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인기 바자회인 만큼 참여 신청을 하는 업체도 많을 듯했다. 노 관장에게 업체 선정 기준을 물었다.
"물건을 사러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여성분들이니까 그에 맞춰서 좋아하실 물건으로 고르고 있어요. 굉장히 좋은 물건인데 여기에 와서 팔리지 않으면 저희가 미안하거든요. 판매하시는 분들이 하루 종일 수고하시고 또 비용도 들어가니까요. 그래서 다 팔고 가실 수 있는 물건 위주로 고르지요."

행사의 수익금은 소외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사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공부방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어요. 또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데 보탬이 되도록 과외 수업도 해주고요. 다문화학교, 북한을 지원하는 유진벨재단도 도와요. 그러니 저희 바자회 홍보 많이 해주세요."(웃음)

미래회는 1990년대 후반 노 관장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처음 시작은 재벌가 안주인들이 미술과 성경 공부를 하던 소규모 친목모임이었다. 하지만 1999년 북한 대기근 당시 중국 국경 부근을 떠도는 아이들, 이른바 ‘꽃제비’에 대한 보도를 접한 후 본격적으로 사회 공헌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10여 명의 회원 모두가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 공헌활동과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오던 미래회는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회원은 23명 남짓, 이제 구성원들의 종교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현재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Teach For Korea’와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를 지원하고 개별 아동들도 후원하고 있다.

미래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 관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의 마음으로 준비하자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앞으로는 소외된 아동들에 대한 일방적 지원을 넘어 계층 간, 세대 간, 남북 간의 이해와 소통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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