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한아이스하키협회

말그대로 '파죽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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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겼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팰리스 오브 스포츠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헝가리와의 2017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 3차전에서 3대1 역전승을 거뒀다. 헝가리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역대전적도 2승1무12패로 절대열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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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3일 폴란드전(4대2)에서 세계대회 '첫 판 징크스'를 깨뜨리는 승리를 거둔데 이어 24일 2차전에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22년 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한 카자흐스탄(5대2)을 꺾은 백지선호에게 과거는 무의미했다. 1-1로 팽팽하던 3피리어드에서 신상훈-신상우 형제의 연속골로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썼다. 승점 9점을 확보한 한국은 '꿈의 무대' 월드챔피언십으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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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자흐스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6개 팀이 출전해 라운드로빈으로 최종 순위를 가리는 이번 대회는 상위 2개국이 내년 5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2018년 IIHF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으로 승격한다. 최근 5년간 이 대회에서 2위로 승격한 팀들의 승점을 보면 9~12점이었다. 28일 오스트리아, 29일 우크라이나와의 일전을 남겨둔 한국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하면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 진출을 확정짓는다.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꺾던 날 IIHF 홈페이지는 "한국이 역사를 쓰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말그대로다. 경기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이스하키 종목이 한국에 도입된 이래 역대 최강팀이라는 설명에는 이견이 없다. 아시아에서 조차 동네북이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백지선 감독 부임 후 34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꺾는 등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이 정도 선전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왜 달라진 것일까.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선수들의 마인드다. 터닝포인트는 3월 강릉에서 열렸던 '세계 2위' 러시아의 친선경기였다. 러시아가 1진이 아닌 25세 이하 선수들을 보냈지만, 이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다. 이전까지 만나본 팀들과는 클래스 자체가 다른 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3대4, 2대5 석패였다. '우리는 안돼'라는 생각을 갖던 선수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시발점이었다. 실제 러시아전을 마치고 대표팀 주축이 대거 포함된 안양 한라는 플레이오프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까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감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자체를 바꿨다. IIHF가 홈페이지에서 '희대의 골'이라고 한 신상훈의 헝가리전 골이 좋은 예다. 3피리어드 6분 31초, 헝가리 수비수 2명이 퍽을 빼앗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자 신상훈은 퍽을 덤프(공격 지역으로 퍽을 처넣는 것)시킨 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문전으로 쇄도하며 수비수들을 따돌렸다. 그런 뒤 백 보드에 맞고 튕겨져나온 퍽을 달려가는 스피드를 그대로 활용해 오른쪽 서클 근처에서 강력한 슬랩샷으로 연결했다. 헝가리 골리 미클로스 라이나는 골대 오른쪽에 몸을 밀착해 각도를 줄였지만 퍽은 라이나의 옆구리와 골대 사이의 그 작은 틈을 뚫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역사에 남을 환상골이었다. 폴란드전 김상욱, 카자흐스탄전 김기성의 골도 이에 못지 않았다. 모두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과거 상대의 이름값에 무너졌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포기 하지 않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준비한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어떻게 달라졌나

백지선 감독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간 백 감독은 1991년 NHL 피츠버그 펭귄스 수비수로 뛰면서 아시아인 최초로 1991년과 92년 스탠리컵을 거머쥔 '슈퍼스타'다. 그는 2014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감독을 찾자 부모의 나라를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백 감독의 부임 후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백 감독은 굉장히 디테일한 스타일이다.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한 뒤, 위치 하나하나까지 잡아준다. 안되면 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압박과 전원수비-전원공격의 확실한 전술로 상대를 제압했다. 3년 반동안 꾸준히 연마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선진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단 비디오 분석관을 영입했다. 단순히 분석을 위해서가 아니다. 백 감독은 시각 효과를 이용해 티칭을 극대화하고 있다. 가르치고 싶은 영상을 편집해 보여준 뒤, 훈련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다시 녹화해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안되는지를 정확히 짚어준다. 선수들이 가장 목말라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체력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3피리어드에서만 8골을 넣었다. 체력 단련의 효과다. 2015년 여름 박용수 코치의 추천으로 엑소 프로그램이라는 전문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시즌 말미에 진행되는 세계선수둰 대회까지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 강화가 필수 였다. 대표급 선수 25명을 불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100㎏ 바벨 하나도 들지 못하던 선수가 두달 후 7~8번을 할 수 있게 됐다.

▶왜 달라졌나

한국에 패한 리치 커노마스 헝가리 감독은 "한국은 자국 협회의 꾸준한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정몽원 회장 부임 후 평창올림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앞서 백 감독이 도입한 비디오 분석관, 체력 프로그램 역시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협회는 2013년부터 '평창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상무를 아시아리그로 편입시킨 것은 신의 한수였다. 과거 입대는 곧 은퇴를 의미했다. 하지만 2013년 일본을 설득해 상무를 아시아리그에서 뛸 수 있게 하며 선수들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이를 위해 협회는 장비까지 지원해주는 등 예산의 10분의 1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투자는 성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상무를 통해 기량이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기성 이돈구 김원중 조민호 신상우 등이 수혜자다.

귀화 선수들의 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13년 브락 라던스키를 특별 귀화시킨 것을 시작으로 6명의 푸른 눈의 한국인이 탄생했다. 무분별한 귀화가 아닌 인성,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귀화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골리' 맷 달튼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는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골문이 불안했던 한국은 달튼의 귀화로 완벽한 해답을 찾았다. 달튼은 매경기 30개에 가까운 세이브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백 감독과 협회는 이들이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다른 종목의 외인들과 달리 아이스하키 외인들이 사고없이 모범적인 삶을 사는 것도 이러한 배려의 결과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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