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순실(61)씨가 딸 정유라(21)씨 승마 지원을 담당했던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54)와 6개월간 210차례 통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놓고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이진동) 심리로 26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재판에서 특검은 최씨가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 12월 비서를 통해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이 차명폰은 이듬해인 2016년 8월 해지됐다. 특검은 이 휴대전화 번호로 연결된 상대방 전화번호는 크게 2개인데 하나는 삼성전자 명의 휴대전화였고, 하나는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명의의 휴대전화였다고 밝혔다

최씨가 차명폰을 이용해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10차례에 걸쳐 황 전무와 통화를 했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최씨는 또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삼성전자 명의의 휴대전화에는 19차례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특검은 “최씨가 사용한 차명폰은 승마와 관련해 황 전무와 연락하기 위해 개통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명의로 개통된 전화는 회사에서 필요할 때마다 임직원에게 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최씨가 황 전무 외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와 연락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7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삼성전자 명의의 휴대전화도 황 전무가 이용했다”며 “전화를 놓치면 최씨가 화를 내 전화를 잘 받기 위해 휴대전화를 따로 하나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최씨의 성화에 ‘최순실 전용폰’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또 승마지원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황 전무가 최씨와 연락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황 전무에게 (삼성전자 명의 휴대전화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주택.

한편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최씨의 어머니인 임선이(2003년 사망)씨가 사들였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동 주택의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시하며 “당시 중개를 맡은 공인중개사가 ‘박 전 대통령이 1990년 6월 삼성동 자택을 구입했는데 계약 당사자는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임씨였고, 매매대금도 임씨가 지불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삼성동 집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최씨 일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변호인 측은 “최씨의 어머니인 임씨가 수표로 매입대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1990년대 일로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이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 않았고 (임씨가) 단순히 도와줬다는 것은 매수대금의 증거로 될 수 없다”고 반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