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진이앤컴 대표이사

지식과 학문의 기본은 사전이다. 근래 종이 사전은 위축되고 온라인 사전들이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만 해도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을 비롯해 분야별 전문 사전들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인 데다 접근성 좋고 인용하기도 편해 대중성이나 전파성은 종이 사전에 비할 바 아니다. 문제는 오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온라인 사전의 오류가 블로그 등은 물론, 권위 있는 필자의 글이나 매체에까지 인용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환향녀(還鄕女)'를 보자. 대부분의 사전이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붙잡혀 갔다가 돌아온 여인들을 일컫는 말'이라며 '화냥년'의 어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이 말은 고전 기록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으며, 조선왕조실록은 이들을 '속환인(贖還人)'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도 '화냥년'의 어원은 '화냥(花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필자의 제보로 온라인 두산백과는 얼마 전에 '속환녀'로 고쳤으나 나머지 사전들은 오류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한때 식품사전에서 서양 채소 '콜라비'를 '양배추와 순무의 인공 교배종'이라고 잘못 설명했고, 한동안 이 인공 교배가 '유전자 조작'으로 받아들여져 사람들이 먹기를 기피한 일이 있다. 지금 사전은 바로잡혔으나 그때의 영향으로 수많은 인터넷 글에 여전히 '콜라비는 양배추와 순무의 교배종'이라고 남아 퍼지고 있다. 가혹한 세금과 정치를 뜻하는 '가렴주구(苛斂誅求)'도 온라인 사전들에서 출전과 유래 고사가 잘못 퍼지고 있다. 얼마 전에 두산백과는 정정해서 올렸다. '행주치마'가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 전투에서 부녀자들이 앞치마에 돌을 담아 나른 투석전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오류 역시 대부분 사전은 정정했지만 네티즌 글들에는 잘못된 옛날 그대로다.

한번 잘못 퍼진 지식이 바로잡히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전 속 오류에서 비롯된 지식과 역사 왜곡은 영원히 바로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로 자원봉사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각 분야에서 퇴직한 노년층을 활용하면 어떨까. 분야별 최고 전문가인 그들을 조직화하고, 일부라도 보상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