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좌파 정부가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베네수엘라 공장과 자산을 몰수했다고 AP 등 외신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GM은 "불법적인 자산 몰수"라며 "공장 문을 닫고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자산 몰수 조치는 GM 베네수엘라 공장이 베네수엘라 서부지역 대리점과 2000년대 초부터 벌여온 6억6500만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하급 법원이 대리점 측 손을 들어준 이후 나왔다. GM 측은 "공장 내 완성차까지 탈취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2700명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며 35년간 베네수엘라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나면서 공장 가동이 멈췄다. 2012년 연간 10만대 규모였던 베네수엘라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3200대로 격감해 시장이 붕괴됐다.

정부의 환율 통제와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 등으로 부품도 구할 수 없어 포드와 도요타의 베네수엘라 공장도 수개월 전부터 가동이 중단돼 있다.

공장 몰수 소식 전하는 노조원 - 20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발렌시아에 있는 GM 공장의 노조원이 다른 직원들에게 공장 몰수 소식을 전하고 있다. GM 측은 “공장 문을 닫고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베네수엘라 최대 식품·음료 제조사인 폴라그룹이 맥주 원료인 맥아보리를 수입할 외화가 없어 맥주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부르주아들에 의해 마비된 생산 능력을 되찾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고 생산을 중단하는 자는 수갑을 채워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카콜라가 "설탕을 구할 수 없다"며 생산을 중단했고, P&G와 클로락스, 킴벌리 클라크 등 생활용품 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킴벌리 클라크가 생산을 멈추자 "의도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며 공장을 몰수해 국영기업으로 전환했다. 이런 몰수 조치에 반발해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자산 압류 반환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25개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1998년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부터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벌인다며 외국계 기업의 공장과 자산을 몰수해왔다. 뉴욕타임스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정부가 몰수한 민간 기업은 1400개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정권에 비판적인 미 국무부는 이날 GM 몰수 사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라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3주째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8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체포되는 등 정치적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