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8일 남긴 정치권에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재점화됐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1일 2007년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이 우리 정부에 보낸 메시지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송 전 장관이 "2007년 11월 20일 싱가포르 순방 수행 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네받았다"며 공개한 이 문건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이) 결의안에 찬성할 경우 북남 관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 등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주장대로 이미 내려진 기권 결정을 북측에 통보한 것에 대한 답신이라고 보기엔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북한에 유리한 기권 결정을 내리고 그 같은 사실을 북측에 알렸는데, 북한이 '찬성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송민순 누구 말이 사실일까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후보가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다시 불거진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 평등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같은 날 송민순(오른쪽)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문 후보의 역할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작년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유엔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측 의견을)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했다고 썼고,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게 아니라 (이미 내려진 기권 결정을) 통보한 것"이라며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부인해왔다. 문 후보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비열한 색깔론이고 북풍 공작"이라며 "(표결) 방침에 대해 (북측에) 물어본 바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건에서 북한은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 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남측이 진심으로 10·4 선언 이행과 북과의 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해주기 바란다'며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북한 인권 문제를 표결하는 데 북한 입장을 뭐하러 알아보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종 결정 전에 북한의 입장을 확인했는가 ▲남북 당국이 직접 접촉한 사실이 있는가 두 가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문 후보는 이 두 쟁점에 대해 각각 "정부가 독자적으로 기권 결정을 내리고 북한에 통보한 것일 뿐", "(통보 후) 국정원 정보망 등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간접적으로) 파악을 해봤다"고 말해왔다.

두 쟁점 모두 국정원에 있는 기록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문 후보도 이날 "전통문이 국정원에 있을 테니 국정원이 그것을 제시하면 깨끗하게 증명될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한 사항은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가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