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9일 2차 TV 토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북한에 물어본 게 아니라 국정원이 가진 여러 정보망으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 보도록 한 것일 뿐"이라며 대북 공식 채널을 통한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관련 당사자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는 앞으로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논란은 지난해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간한 회고록('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불거졌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열린 청와대 안보정책 조정 회의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은 북한 인권 결의안에 기권하자고 했다고 한다. 이에 주무 장관인 송 장관이 찬성을 계속 주장하자 김만복 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고, 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회의 이틀 후인 11월 20일 백 실장을 통해 '북남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 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는 북한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썼다. 국정원 대북 채널을 통해 북측 의사를 확인하고 기권 결정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지난 13일 1차 TV 토론에서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한 게 사실이냐'는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아니다"고 했다. 문 후보는 2차 TV 토론에서 같은 질문을 받자 "(북한에 물어봤다는 건) 정확한 말이 아니고 국정원 정보망을 통해 북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반응을 파악해본 거다"라고 했다. 문 후보는 '그럼 누구한테 파악했다는 것이냐'는 유 후보 질문에 "여러 가지 해외 정보망이나 휴민트 정보망, 국정원 정보망 다 있다"고 했다. 정보망을 통해 북측의 태도를 간접 파악한 것이지 북한 당국과 접촉해서 파악한 것은 아니란 취지다.

이와 관련,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내가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자고 한 것은 맞지만 반대할 게 뻔해 북측 의사를 실제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가 표결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든 남북 관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국정원과 북한 당국 간 핫라인을 통해 북측에 통보한 일은 있다"며 "국정원과 북한 당국의 핫라인 존재 여부는 누출해서는 안 되는 보안 사항이다. 문 후보가 TV 토론에서 정보망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점을 우려해서 지켜준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문제를 제기했던 유 후보 측은 "'정보망을 통해 파악했다'는 것과 '당국 간 라인을 통해 파악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당국 간에 대화를 통해 북한 입장을 파악했다면 그게 바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북한의 의사를 물어본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우리 뜻을 통보만 한 것인지' 하는 기존의 논란과 함께 국정원이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