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대선 후보는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 열린 TV 토론에서 안보관을 두고 난전을 벌였다. 주적(主敵) 개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햇볕정책, 대북 송금 문제, 사드 배치 등에 대해 원색적인 공방이 오고 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찬양·고무 조항들은 개선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집권했던) 그때 못한 게 아쉽다"면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가야 할 유물이라고 했는데 왜 폐지 않으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지금 남북관계가 엄중하기 때문에 여야 의견이 모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보법을 개정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원고 없이 서서 2시간… 토론 직전의 5후보 - 19일 밤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 토론에 앞서 후보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이날 토론은 원고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 지참한 채 서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석현 "문재인이 가능성 높다"]

문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주적(主敵) 개념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유 후보는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그런 규정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 후보는 "국군 통수권자가 북한을 주적이라 못 하느냐. 국방백서에 주적이라 나온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때의 대북 송금과 햇볕정책도 논란이 됐다. 유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문 후보에게 "대북 송금이 잘 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모든 역사에 공과(功過)가 있다"고만 했다. 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연 것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통치행위이자 결단"이라고 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돈을 퍼주고 평화를 구걸한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우파적 입장에서 공세를 펴고,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입장에서 반론을 펴는 양상이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햇볕정책을 계승하느냐"고도 했다. 안 후보는 "그것 역시 공과가 있다. 100% 옳거나 아닌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다"고 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켜나가야 할 기조"라고 했다. 안 후보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홍·유 후보와 각을 세웠다. 홍 후보는 "그렇게 (돈을) 줘서 북한 핵이 만들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