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4일 나란히 보육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소득 하위 80% 기준으로 0~11세 아동에게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아동수당이 도입되게 된 것이다.

아동수당은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9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OECD 국가 중에는 한국·멕시코·터키 정도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제도 도입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획기적 출산 유인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려면 최소 연 2조원이 든다. 선진국처럼 15~20세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다(多)자녀 가정에 더 많은 수당을 주면 예산 부담은 훨씬 늘어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추정한 결과 연 15조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시행하더라도 제도를 잘 설계해 소득수준과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법으로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프랑스에선 월소득에 따라 아동수당이 4배 차이나고 일본도 2012년부터 소득에 따른 차등 지급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은 연소득 6만파운드 이상 가정엔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새 복지 제도가 추가되는 게 정해진 절차처럼 됐다. 기초연금,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누리과정, 양육수당 등이 그런 식으로 도입됐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1990년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이 2.7%이던 것이 2000년 4.5%, 2010년 8.3%, 2016년 10.4%가 됐다. 올해 복지 지출은 130조원으로 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금 제도 그대로 유지돼도 인구의 고령화로 복지 부담은 급격히 늘게 돼 있다. 나라가 감당해내기 힘들다. 지난 몇 년 홍역을 겪은 3~5세 무상교육(누리과정) 혼란도 그래서 생겨났다. 대선 후보들은 아동수당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지급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선거를 몇 번 더 하면 국가 재정이 거덜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