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린 대선 첫 TV 토론이 끝난 뒤 조선일보가 5명의 후보 진영에 가장 잘한 후보를 꼽아달라고 물은 결과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3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표를 얻었다 한다.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실제 격차가 뚜렷해서 이날 TV 토론을 지켜본 일반인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각 2%씩 올라 40%와 37%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2강(强)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똑같이 3%였다. 합쳐서 6% 국민의 지지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후보 2명이 77%를 차지하고 있는 후보 2명을 압도한 셈이다. 진짜 보수가 유 후보, 진짜 진보가 심 후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TV 토론 잘하는 것이 정치인 자질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TV 토론에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 난국을 헤쳐갈 저력, 국가와 사회 통합 의지, 인격과 인성(人性) 등의 일단이 드러나게 마련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후보들도 중대한 기회로 여기고 준비한다. 국민은 그저 번지르르하게 말 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어눌하더라도 얼마든지 듬직한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인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유승민·심상정 두 후보가 워낙 약세여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토론에 임했던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문·안 두 사람이 보여준 국가 리더로서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군 통수권자로서 능력도 엿볼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저히 모를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엉뚱하게 말하거나, 지나치게 경직돼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실수들이었다.

우리 정치는 패싸움의 측면을 갖고 있다. 한번 이 패와 저 패로 나뉘면 거의 '묻지 마' 투표가 이뤄진다. TV 토론을 지켜본 많은 유권자가 유·심 두 후보에게 마음이 가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될 사람 찍어주자' '누구 찍으면 누구 된다'는 등의 심리도 발동될 것이다. 이대로면 문·안 두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스스로 이룬 것이 얼마나 되는가. 문 후보는 탄핵 반사이익, 안 후보는 반문(反文)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남은 기간이라도 두 후보가 자세를 다잡고 대통령의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