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을 26일 앞두고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이 13일 열렸다. 그러나 2시간 30분 동안 녹화로 진행된 토론으로는 충분한 검증이 어려웠다. 다른 후보에게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하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펴는 경우도 있었다.

토론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한국기자협회와 SBS 공동 주최로 열렸고, 실제 방송은 밤 10시부터 했다.

후보 간 토론에서 질문은 주로 문·안 두 후보에게 집중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겐 이날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의결 시 기권 여부를 사전에 북한과 상의했느냐' 등 '안보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주로 "하하" 하는 짧은 웃음과 함께 "전혀 아니다"는 대답으로 받았다. 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문제를 거론하자 "(그 발언에) 책임지셔야 한다"며 홍 후보의 발언을 수차례 막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자신의 학제 개편 공약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비판하자 "내 정책을 안 봐서 그렇다"고 했고,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과거 발언을) 찾아보기 바란다"며 추가 토론을 피했다.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첫 19대 대선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후보가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후보들은 추첨으로 정한 자리 순서대로 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국당 홍 후보는 이날 강한 발언으로 사회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겐 "옛날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을 보는 것 같다" "강남 좌파"라고 했다가 사회자에게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하자, 홍 후보는 "대통령 될 가능성 없으니까 그런 꿈 안 꾸셔도 된다"고도 했다. 심 후보는 홍 후보의 '꼼수 사퇴' 논란을 언급하며 "파렴치"라고 비판하다가 사회자로부터 "정책을 논의해 달라"는 지적을 받자 "홍 후보 같은 경우 정책을 논의할 것이 별로 없다"고 받아쳤다.

이날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적폐 세력' 논쟁을 벌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했다"고 하자 문 후보는 "박근혜 정권과 함께한 구(舊)여권 정당이 적폐 세력"이라고 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문 후보랑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고 제가 지지를 받으면 저는 적폐 세력이 되는 것이냐"고 했다. 토론이 격렬해지자 곁에 있던 후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안 후보가 "유 후보, 홍 후보가 나와 있는데 두 분 다 적폐 세력인가" 묻자, 문 후보는 "적폐 세력 출신이라고 본다. 홍 후보는 피할 수 없고, 유 후보는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본지가 5명의 후보 측에 '자신을 제외하고 누가 토론을 가장 잘했느냐'고 묻자 각각 유 후보 3표, 심 후보 2표가 나왔다. 문·안·홍 후보는 1표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