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6)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한 의류 브랜드가 새로 출시한 신발을 보고 반해버렸다. 고가 브랜드와 디자인은 비슷한데 값은 훨씬 싸고, 이미 신어본 사람들의 호평도 줄을 이었다. A씨는 서둘러 매장을 찾았지만, 이미 일부 사이즈를 제외하면 온 오프라인에서 대부분 매진된 뒤였다.

그러다 A씨는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서 해당 신발이 정가보다 1~2만원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발견했다. ‘270 사이즈 2족, 275 사이즈 3족’하는 식으로 잔여 수량을 알리는 판매자도 있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6만원대 신발을 대놓고 8만원에 파느냐’고 댓글로 항의했더니, ‘당신도 일찍 가서 사지 그랬냐’는 조롱 섞인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상품을 발 빠르게 선점한 뒤 웃돈 받고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리셀러(reseller)’들이 득세하고 있다. 과거 리셀러들은 주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제품을 거액에 되팔아 차액을 챙겨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류·식품·전자제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화제가 되는 상품마다 리셀러들이 몰리는 양상이다. 이들은 제품을 다량 사들인 뒤 매진되면 중고거래 사이트에 몇만 원 웃돈을 얹어 매물로 올린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 발달은 리셀러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온라인을 타고 “○○ 제품이 좋다더라”는 소문이 갈수록 빨리 확산하다 보니 인기있는 상품이 금세 매진되고, 이 틈을 노려 활발한 중고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 4일 스타벅스가 봄 기획상품으로 텀블러와 머그컵 등을 출시하자, 출시 첫날 오전 매장에서 이를 싹쓸이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또 제품 출시일을 미리 확인해 며칠간 매장 앞에서 캠핑하며 기다리는 ‘전업 리셀러’가 아닌, 일종의 부업으로 재판매를 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스타벅스가 출시한 사탕 ‘사이렌 캔디보틀’은 정가 9500원이지만, 거의 모든 매장에서 재고가 소진되자 인터넷에서 2만원대에 팔리기 시작했다. 이를 구입한 대학생 B(25)씨는 “리셀러들이 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연락처를 교환하고 직거래하러 가보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했다. 스타벅스가 최근 봄 기획 텀블러(휴대용 음료컵) 등을 출시하자 비슷한 현상이 반복됐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스타벅스 봄 기획상품 판매글에 첨부된 사진. 매장 정가보다 몇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8인치 태블릿PC를 10만원 이하에 판매하는 ‘깜짝 세일’을 벌였는데, 준비된 물량이 순식간에 소진됐다. 세일이 끝나자마자 이 PC는 리셀러들에 의해 10~13만원에 팔리기 시작했다. 일부 네티즌이 “8만원에 사놓고 12만원에 파느냐”고 항의해 다툼이 생기기도 했지만, 해당 PC를 사려 했던 사람들은 이 값을 주고라도 거래를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셀(사서 되파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다”고 봤다. 전자책, 소프트웨어, 통신시장 등에서는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에게 리셀러의 존재가 도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그러나 “리셀러들이 독점력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며 “야구장·공연장 암표와 비슷한 사재기 행위는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리셀 행위가 극성인 것은 ‘매점매석 행위로 쉽게 돈 벌 수 있다더라’는 사행심이 퍼졌기 때문”이라며 “직접 쓰지 않고 되팔려는 의도로 구입하는 것은 소비 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